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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2.0, 자본시장 ‘국가별 맞춤’…노동자 소외 해소가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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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2.0, 자본시장 ‘국가별 맞춤’…노동자 소외 해소가 새 과제

래리 핑크 “자본, 국민과 일하는 이에게 돌아가야” FT 기고에서 밝혀
래리 핑크(Larry Fink)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래리 핑크(Larry Fink)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세계 경제가 ‘국가별 자본 시장 강화’ 흐름을 타고 새롭게 짜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세계화의 두 번째 초안이 시작됐다”며 “자본시장이 나라의 목표와 일하는 이의 이익에 더 맞춰져야 한다”고 쓴 기고문을 실었다.

핑크 회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나라를 돌며 ‘앞으로 일주일’보다 ‘앞으로 7년’이 더 확실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공급망 충격, 물가 오름세, 경기 둔화 같은 단기 걱정이 언론을 채우고 있지만, 멀리 보면 세계화의 새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S&P500 3,800% 뛰었지만, 노동자 소외…불평등 심화가 세계화 1.0의 한계

핑크 회장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국내총생산(GDP)이 그 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S&P500에 투자한 이들은 3,800% 넘는 수익을 얻었지만, 미국 중서부 공장지대 노동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관세를 높이는 등 ‘통제 없는 세계화’에 반발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예전 세계화 틀이 무너지고 있지만, 국경을 닫는 경제 민족주의로 돌아가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핑크 회장은 “국가의 목표와 일하는 이를 생각한 열린 시장, 즉 ‘맞춤형 자본시장’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 일본·미국은 투자자 늘리기, 유럽은 규제 줄이기 나서

국가별 자본시장 정책 변화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핑크 회장은 “일본은 예전엔 은퇴를 위한 투자에 세금 혜택이 없었지만, 지금은 개인저축계좌인 ‘니사’(NISA) 제도에 지난해 2500만 명 넘게 가입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모두에게 투자 계좌를 주는 ‘아기 채권’이 논의되고 있다”며 “적은 돈이라도 오래 두면 은퇴나 교육 자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 대해서는 “27개 나라가 각자 다른 규정과 행정 절차로 자본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며 “에너지 회사에 투자하려면 허가만 13년 걸리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해도 새 규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연합이 규정을 하나로 묶고, 허가를 빠르게 하며, 저축과 투자를 잇는 연합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 “자본시장 민주화가 세계화 2.0의 핵심”

핑크 회장은 “더 많은 국민이 투자자로 나서는 것이 세계화 2.0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 1.0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부의 격차를 키웠지만, 앞으로는 각 나라 국민이 자기 나라 경제 성장의 주인이 되고 그 이익을 함께 누려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자본 흐름이 나라별로 조정되면 국민 저축이 지역 사업과 사회 기반시설로 이어져, 진짜 부의 환원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실제로 제도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자본시장이 ‘세계 성장의 지역화’라는 새 흐름 속에, 투자자 늘리기와 규제 손질을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경제 주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