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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지옥문에서 불길로"…이재명 대통령 당선, 경제·안보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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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지옥문에서 불길로"…이재명 대통령 당선, 경제·안보 난제 산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49.42%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 선포와 그 이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이어진 유례없는 헌정 위기 속에 치러진 조기 대선으로 이 당선인은 지난 1997년 이후 최고 투표율 속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4일 분석했다.

CSIS에 따르면 한국의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의 종식과 동시에 이 당선인이 국회 과반의 여당 대표로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 위기와 동맹 균열 등 복합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불구덩이 같은' 과제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당선인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윤 전 대통령에게 석패한 뒤 무려 5건의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피선거권 박탈에 대한 법률 해석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며 출마가 가능해졌고 이번 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이 당선인은 4일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며 별도의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을 맡는다. 이에 따라 첫 과제로 경제 회복과 대미 협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하향했으며 이는 1987년 이후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진 네 번째 사례다.

CSIS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의존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 전체 수출은 1.3% 줄었고 자동차 수출은 4.4%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약 8%씩 줄었으며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10% 기본관세, 25% 자동차·부품 관세, 50%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각종 고율 관세가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은 그동안 면제 협상을 전혀 진전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다음달 8일로 예정된 90일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미국과의 무역협상이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안보 환경도 심상치 않다. CSIS는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주한미군 일부 철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두 차례 아시아 순방 중 모두 한국을 건너뛰었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외교의 기둥’이라며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해왔으며 이달 말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은 이 자리에서 관세, 주한미군 문제, 대북정책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올해 초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일 간 협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전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를 일부 계승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중 정책과 관련해서는 ‘균형 외교’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SIS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는 식의 양다리 전략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은 "즉각적인 남·북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2018년 남·북 군사합의 복원, 남·북 간 핫라인 재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후 북·미 직접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을 건너뛰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재명 당선인은 진보 진영의 귀환을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사상 초유의 정치 위기를 수습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떠안게 됐다. CSIS는 "이번 대선은 탄핵 사태의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한층 더 고난도 정치와 외교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