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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법원 “트럼프 정부, 강제추방한 베네수엘라인들에 이의 제기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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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법원 “트럼프 정부, 강제추방한 베네수엘라인들에 이의 제기권 줘야”

지난 4월 12일(현지시각) 미군 병력이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와 MS-13 조직원으로 지목된 강제추방자들을 엘살바도르 산루이스탈파 국제공항에서 테러전담구금소(CECOT)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월 12일(현지시각) 미군 병력이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와 MS-13 조직원으로 지목된 강제추방자들을 엘살바도르 산루이스탈파 국제공항에서 테러전담구금소(CECOT)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98년 제정된 ‘적국 외국인 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강제 추방한 베네수엘라인 100여명에게 구금에 대한 법적 이의 제기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임스 보즈버그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이들이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 추방 결정을 다툴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정부는 이제 그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5일 트렌 데 아라과와 MS-13 갱단 소속으로 지목된 베네수엘라인 수백명을 정상적인 이민 절차 없이 신속 추방했고 이들은 현재 엘살바도르 산루이스탈파의 테러전담구금소(CECOT)에 수감돼 있다.

보즈버그 판사는 행정부가 이들을 다시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1주일 이내에 이들의 법적 절차 진행을 어떻게 보장할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구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누구든 길거리에서 체포해 외국으로 넘기고, 이후에는 어떤 구제책도 차단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족들과 법률대리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을 갱단과 연루됐다는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낙인찍고 법적 방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적국 외국인 법에 따라 추방된 이들도 자신의 추방을 법적으로 다툴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판결은 아직 미국 내에 체류 중인 이들에게만 적용됐지만, 이번 보즈버그 판사의 판결은 이미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이들에게도 법적 권리가 있음을 처음으로 명확히 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정부에 이들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600만 달러(약 82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보즈버그 판사가 일시 추방 중단 결정을 내리자 “보즈버그는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판결에 대한 불만은 항소로 해결해야지 탄핵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당시 판결에도 비행기는 이미 이륙한 뒤였고 미국 정부가 송환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보즈버그 판사는 법무부 관계자들을 법정모독 혐의로 조사하는 절차에 착수했으나 현재는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중단된 상태다.

이번 판결에서 보즈버그 판사는 비슷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정부의 외교 정책 재량을 존중해야 한다”며 송환 명령 자체를 무효화했던 판례를 인용하며, 행정부의 권한과 헌법상 개인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