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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자담배 ‘긱바’ 美서 품귀…트럼프 관세·단속 여파로 공급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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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자담배 ‘긱바’ 美서 품귀…트럼프 관세·단속 여파로 공급 급감

미국 콜로라도주 아바다에 위치한 전자담배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콜로라도주 아바다에 위치한 전자담배 매장. 사진=로이터
중국산 전자담배 ‘긱바(Geek Bar)’가 미국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후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 식품의약국(FDA)이 무허가 전자담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된 결과다.

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자담배 유통업체들은 긱바를 포함한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FD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중국산 전자담배 또는 유사 품목으로 신고된 미국 수입 건수는 71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약 1200건) 대비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긱바는 중국 광둥성 심천에 본사를 둔 제조사 광둥치스테크가 만든 제품으로 FDA 판매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미국 전역 소매점에서 판매돼 왔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서커나(에 따르면 무허가 전자담배 가운데 긱바는 약 25%의 점유율로 가장 널리 팔린 제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산 전자담배를 포함한 특정 수입품에 최고 145%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도 3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유통 제한이 확대됐다. 또 FDA는 2월 시카고에서 대규모 압수를 단행했고 마티 마카리 신임 국장은 무허가 전자담배에 대한 집중 단속을 예고했다.
한 미국 유통업자는 “예전에는 매주 100박스를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10박스도 어렵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급업체는 고객들에게 “관세 인상과 공급 축소로 인해 주문 수량을 제한한다”는 공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미국법인 대변인 루이스 핀토는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르겠지만 이는 사용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의 유통업자도 “가격이 오르더라도 중독된 소비자들은 계속 살 수밖에 없다”며 “니코틴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긱바는 현재 약 20달러(약 2만73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5달러(약 7000원) 인상돼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긱바와 같은 무허가 제품은 FDA 승인을 받은 대형 담배사의 전자담배 제품과 함께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BAT와 알트리아 등 대형 업체들은 이를 불법경쟁으로 보고 있으며 빌리 기포드 알트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관세 인상이 국경 단속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FDA와 국경세관보호국(CBP)에 따르면 일부 밀수업체는 긱바를 ‘신발’이나 ‘장난감’으로 위장해 들여오거나 출발지를 인도네시아·베트남·멕시코 등 관세율이 낮은 국가로 조작해 신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산업은 매우 유연하다”며 “미국에서 어떤 조치가 내려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아예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지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재고 부족 차원이 아니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은 2023년 기준 100억 달러(약 13조6500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긱바와 같은 무허가 제품이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번 품귀 사태는 공중보건, 청소년 니코틴 중독, 국제 무역 규제, 불법 밀수 등 여러 정책 이슈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