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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北 전함 전복 사고, 인력과 풍선 동원해 ‘수동 복구’…김정은 해군 현대화 구상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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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北 전함 전복 사고, 인력과 풍선 동원해 ‘수동 복구’…김정은 해군 현대화 구상에 타격

지난달 말 븍한 동해안 청진항에서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전함의 진수 전후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사진=에어버스DS/플래닛랩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말 븍한 동해안 청진항에서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전함의 진수 전후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사진=에어버스DS/플래닛랩스
북한이 최근 해군 현대화의 일환으로 진수한 신형 구축함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은 뒤 이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 대규모 인력과 고무 풍선 등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도해온 해군력 강화 프로젝트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말 동해안 청진항에서 새로 진수한 5000톤급 ‘최현급(Choe Hyun-class)’ 구축함이 전복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대형 기중기를 쓰는 대신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수십 개의 고무 풍선을 사용한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확인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산하 38노스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북한의 복구 작업은 사실상 수작업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청진항 계류장에 수백 명이 정렬돼 있고 전복된 선박 주변에 길이 약 5m 크기의 비행선 모양 풍선 24개 이상이 배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 풍선들이 선체의 부력을 보조하거나 선체를 감싼 케이블을 수면에 띄우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전복 사고는 전함이 진수되는 과정에서 선체가 옆으로 쓰러지며 발생한 것으로 당시 선박의 선수는 여전히 진수용 경사면에 얹혀 있었던 상태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 상태에서 선체를 육상으로 굴려버리면 훨씬 더 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북한은 인력으로 선체를 당기면서 동시에 소형 부선 크레인으로 선수 부분을 들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위성사진에는 선박이 부상한 위치 근처에 해상 크레인을 장착한 작업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북한은 이후 이 구축함을 42마일 북쪽 라선으로 이동시켜 7~10일간의 정비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이전에 완벽한 복구를 반드시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남한 군사 전문가들은 이 구축함의 해상 운항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일 예비역 해군 대령은 “전함이 정상적으로 취역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해상 시험과 검증이 필수인데 북한은 지난 4월 서해안 조선소에서 1번함을 진수하자마자 며칠 만에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며 “이번 2번함도 무리한 진수와 전복 사고에 이어 인력에 의존한 복구까지 진행된 점은 김정은의 해군력 확장 시도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라고 말했다.

NYT는 “김정은이 해군을 기존 연안 해군에서 원양 작전이 가능한 전력으로 키우려는 구상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사고는 그 야망에 큰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