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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밈코인 행사에 中 공산당 자문기구 인사도 초청…“안보 모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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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밈코인 행사에 中 공산당 자문기구 인사도 초청…“안보 모순” 논란

지난 5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 열린 밈코인 행사의 초대장. 사진=익스프레스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 열린 밈코인 행사의 초대장. 사진=익스프레스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시한 암호화폐 ‘밈코인’ 행사에 중국 공산당 자문기구 소속 인사가 초청돼 백악관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안보 정책의 이중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팡산구 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위원이자 기술기업 대표인 허톈잉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인 ‘트럼프 밈코인($TRUMP)’을 대량 구매해 VIP 손님 자격으로 백악관 투어와 만찬에 참석했다.

NYT가 입수한 서류에 따르면 허톈잉은 중국 정부 공식 자문기구인 CPPCC 팡산구 위원회 소속으로 이 조직은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사회 각계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허는 이 조직의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홍콩 거주자로 등록돼 있었으며 트럼프 밈코인 출시 이후 약 370만 달러(약 51억3000만원)의 코인을 구매해 전체 구매자 중 7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금색 VIP 손목밴드를 지급받고 지난달 23일 버지니아주 스털링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으며 다음날 백악관 투어에도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출시된 밈코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동사업자인 사업가 빌 잰커가 상위 구매자 220명에게 저녁 만찬을, 상위 25명에게는 VIP 백악관 투어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트럼프 가족은 해당 암호화폐 사업 수익을 잰커와 공유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이 사업의 누적 수익은 최소 3억2000만 달러(약 4431억원)에 이른다.

행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공식 문장이 붙은 단상에서 연설했으며 현장에는 해외에서 날아온 손님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와 자리를 함께한 테이블에는 트럼프 코인 최대 구매자인 중국계 억만장자 저스틴 선, 싱가포르 투자자 청루, 한국계 디지털 자산운용사 하이퍼리듬 대표 오상록 등도 포함됐다.

이같은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발표한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방침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날 “중국 공산당이 수천 명의 중견·고위 관료를 미국 대학에 파견하고 있다”며 하버드대 등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일부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를 ‘국가 안보상 매우 긴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밈코인 행사에는 공산당 자문기구 소속 인사들이 VIP 대우를 받으며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치권과 감시단체는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대통령이 잰커에게 무심코 약속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트럼프는 행사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고 허의 배경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만찬은 사적 행사이며 백악관이 직접 주최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보안 확인 절차와 관련해선 손님들이 간단한 정보를 제출하고 미 비밀경호국이 백악관 출입 시스템을 통해 테러 감시 명단 등을 조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일부 참가자들은 보안 절차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의 암호화폐 투자자 니컬러스 핀토는 “보안 질문이 너무 기본적이었다. 순식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방에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허톈잉은 MIT에서 금융 석사학위를 받은 뒤 중국으로 돌아가 CPPCC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베이징 기반의 인공지능 주식 투자기업 테크샤프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대표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업체 럭키퓨처를 홍보하고 바이낸스 창립자 창펑 자오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PPCC는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으로 설계된 조직으로 국가가 지정한 각 분야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포섭해 당의 정책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피터 매티스 대표는 “CPPCC 위원은 공산당 통일전선 전략의 일환으로, 당이 요청할 경우 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