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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화’ 추진해온 美 명문대들, 트럼프 정책에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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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화’ 추진해온 美 명문대들, 트럼프 정책에 ‘부메랑’

미국 뉴욕시 소재 컬럼비아대의 중앙 도서관.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 소재 컬럼비아대의 중앙 도서관.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겨냥해 외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지난 수십년간 국제화를 추진해온 미국 명문대들이 정치적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외국인 학생 입국을 금지한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보복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하버드를 포함한 미국 명문대가 외국인 학생을 너무 많이 받아 미국 학생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외국인 학생 비중을 15%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외국인 비중이 높은 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컬럼비아대는 전체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이 40%로 가장 높은 대학이며, 하버드와 코넬대도 각각 25% 수준이다. AP가 미국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대학생 중 외국인은 6% 수준이었으나, 아이비리그 8개 대학 평균은 27%로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컬럼비아대 교수와 졸업생들로 구성된 ‘스탠드 컬럼비아 소사이어티’는 “컬럼비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펜대 한 번에 좌우될 위험이 유독 높은 학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의 핵심 재정 수입원이자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우수 인재 확보에 중요한 통로라고 지적한다. 특히 상위권 사립대학은 미국 내 학령인구 정체와 등록률 정체 속에서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고등교육 전문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라지카 반다리는 “중산층이 성장한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다”며 “현지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국 명문대에 도전하는 학생층도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브루스틴 전 오하이오주립대 국제전략총괄도 “2008년 이후 중국 유학생들이 몰리면서 미국 대학가에 ‘글로벌화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며 “공립이든 사립이든 글로벌화를 내세워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명성을 얻으려 경쟁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일반적으로 미국 학생보다 높은 등록금을 부담하고 학자금 지원도 받지 않기 때문에 대학 재정에도 유리하다. 하버드대는 일부 외국인에게도 재정지원을 제공하지만, 상당수 유학생들은 높은 학비를 자비로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어서 대학 입장에선 장학금 여력을 미국 학생에게 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윌리엄 커비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과학·공학 분야의 우수 석박사 과정을 유지하려면 세계 최고 인재를 받아야 한다”며 “이들을 받지 않으면 경쟁력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측은 소송을 통해 “유학생 유치는 수십년에 걸쳐 이뤄진 전략의 결과이며, 이들이 사라지면 대학의 사명과 명성이 즉각 훼손된다”면서 “전 세계가 상호 연결된 지금, 다양한 국가 출신 학생을 받을 수 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