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팩스·마켈 등 보험+투자 결합 전략으로 실력 증명…규모는 버크셔의 25분의 1 수준

버핏의 성공 비결은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직후 손해보험사를 인수해 투자와 보험을 결합한 데 있다. 보험료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보험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버핏은 보험료와 보험 사업 수익을 활용해 코카콜라, 애플 같은 주식과 벌링턴 노던 산타페 철도 같은 기업을 인수했다. 이렇게 수익을 남겨두고 추가 투자에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지난 60년간 해마다 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 10%를 크게 앞지르는 성과다.
버핏의 접근 방식은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최고의 대체 자산 관리회사에서 이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KKR은 거래에서 투자자 기반과 함께 투자하면서 버크셔를 언급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최근 부동산 회사인 하워드 휴즈 홀딩스를 보험 사업을 갖춘 "미니 버크셔"로 전환하는 승인을 받았다.
◇ 페어팩스·마켈 등 '작은 버크셔' 6개사 부상
배런스 분석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를 모델로 하는 6개 기업은 페어팩스 파이낸셜 홀딩스, 마켈 그룹, 로우스, 화이트 마운틴스 보험 그룹, 하워드 휴즈 홀딩스, 그린라이트 캐피털 리 등이다.
이 가운데 페어팩스 파이낸셜은 지난 52주간 50.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마켈 그룹은 시가총액 245억 달러(약 33조3000억 원)로 6개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반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은 1조506억 달러(약 1437조 원)로 이들 6개사와는 압도할 만한 규모 차이를 보인다.
페어팩스는 1985년 상장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연평균 복합 수익률 19.2%로 주가가 상승했다. 창립자이면서 회장인 프렘 왓사(74)는 '캐나다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연간 보험료가 300억 달러(약 40조8000억 원)가 넘는 재산 및 손해보험사 그룹을 구축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볼랜드는 올해 초 회사의 "성장과 진화"를 통해 장부가치 목표 성장률인 연 15%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최근 주당 1685달러에서 약 1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애틀에서 페어팩스 주식을 보유한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는 투자자 찰리 프리셔는 "1992년으로 돌아가 버크셔에 투자할 수는 없지만, 페어팩스는 30년 전 버크셔의 모습과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켈 그룹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작은 버크셔'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해왔다. 마켈은 손해보험 사업부를 운영하며 120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버크셔다. 회사는 자사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며, 지난해 말 내재적 가치를 주당 약 2600달러로 책정했는데, 이는 현재 수준보다 35% 높은 수치다.
◇ 나머지 4개사도 각각 독특한 강점 보유
로우스는 신임 최고경영자 벤 티쉬가 제시한 "분자는 키우고, 분모는 줄이세요"라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회사의 내재적 가치는 높이는 동시에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2018년 이후 주식 수를 3분의 1로 줄였으며, 보야르 리서치는 이 회사의 내재가치를 주당 121달러로 추정했다.
화이트 마운틴스 보험 그룹은 버뮤다에 본사를 둔 다각화된 금융 회사로, 40년 전 유명 보험 경영자 잭 번이 설립했다. 버핏은 번을 "보험계의 베이브 루스"라고 불렀다. 회사는 지난 10년간 장부가치가 10%, 20년간 9%라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왔다.
하워드 휴즈 홀딩스는 애크먼이 자신만의 미니 버크셔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회사다. 애크먼의 투자 회사는 지난달 하워드 휴즈 주식 9억 달러(약 1조22억 원) 어치를 주당 100달러에 매입했는데, 이는 최근 주가 67달러보다 거의 50% 높은 가격이다.
그린라이트 캐피털 리는 시가총액이 5억 7500만 달러(약 7828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재보험사로, 2007년 주당 19달러로 상장한 이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주가가 3월 31일 장부가치 약 19달러의 약 75%인 14.50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할인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 규모의 한계 극복이 성장 동력
TD 코웬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클리거먼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공 비결에 대해 "세 가지 엔진을 사용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험, 투자, 완전 자회사 사업을 언급하며 "모든 실린더에 불을 붙여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골드파브는 하워드 휴즈에 대한 보고서에서 "만약 이것이 쉬웠다면, 주식시장은 버크셔 해서웨이로 가득 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버크셔와 비슷한 6개 기업은 버크셔가 갖지 못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규모다. 각 기업은 훨씬 작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가장 큰 기업인 페어팩스의 시가총액은 410억 달러(약 55조 8000억 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1조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버크셔는 이제 S&P500 지수를 실제로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버핏의 후임자는 버크셔의 임원 그렉 에이블(63)이다. 그는 버핏이 꾸준히 칭찬하는 유능한 관리자지만, 버핏이 경영권을 잃으면 주가가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자금이 이미 '작은 버크셔'로 이동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페어팩스는 버크셔 주주총회 이후 6% 상승한 반면, 버크셔 주가는 9% 하락했다. 애크먼은 최근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버크셔 주주 중 일부만 하워드 휴즈에 관심을 보인다면 회사에 뜻깊은 재평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6개 기업은 모두 버핏의 전략을 따라 보험 사업에서 나오는 안정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잡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마켈과 페어팩스는 구조상 버크셔와 가장 비슷하며, 1980년대 중반 이후 버크셔만큼은 아니지만, 인상 깊은 수익률을 만들어내며 헌신 깊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