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앙아시아 70억 유로 투자협정 체결...서방-중·러 신 자원 쟁탈전 격화

글로벌이코노믹

중앙아시아 70억 유로 투자협정 체결...서방-중·러 신 자원 쟁탈전 격화

이탈리아 총리 5개국 정상회담 주도, "맥킨더 심장부 이론" 언급하며 지정학 중요성 강조
유럽 투자 은행의 로고.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투자 은행의 로고. 사진=로이터
중앙아시아가 강대국들의 새로운 자원 쟁탈전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에 따르면,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앙아시아 5개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70억 유로(1086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정을 맺었다.

멜로니 총리는 아스타나 세계포럼 연설에서 20세기 초 영국 지리학자 핼포드 맥킨더의 '심장부 이론'을 끌어들이며 중앙아시아의 전략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중앙아시아가 맥킨더 심장부의 핵심 연결고리이며, 세계의 운명이 돌아가는 중심축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04년 개발된 맥킨더의 심장부 이론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쥔 나라가 세계 정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멜로니 총리는 또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를 언급하며 새로운 무역 가능성을 찾는 것이 "이탈리아 국민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제가 무너졌고 나라들이 이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지평선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으며, 우리가 가졌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 확실성은 더는 없다"고 말했다.

◇ 단순 자원 공급 넘어 기술 협력·산업 개발 추진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서방과의 협력에서 단순한 원자재 공급원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술 이전, 첨단 지식과 모범 사례 도입, 첨단 산업 시설 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포괄 다자간 산업과 기술 협력 프로그램"을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그는 '지역화'를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지역화는 단순히 원자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 내에서 가공·제조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원자재를 다른 분야의 투자, 기술, 노하우와 바꾸는 장치 만들기를 촉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서방의 지질학 전문 지식이 핵심 광물 매장지 지도 그리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중앙아시아 나라들이 맺은 70억 유로 투자 협정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참여했다. 공동성명에서는 "천연자원, 기후와 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핵심 원자재, 농업, 연결성과 핵심 기반시설 분야에서 협력을 넓히겠다"고 명시했으나, 구체 프로젝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유럽연합-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협력 의지가 나타났으나, 업계에서는 구체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지리 경계를 넘어서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실제 발표 내용은 기존 서방의 중앙아시아 접근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 물 관리와 기후 변화 대응 협력 모색


이탈리아가 유럽연합과 미국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분야는 물 관리다. 중앙아시아 나라들이 물 관리 문제 해결과 농업 생산성 향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탈리아는 이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토카예프 대통령은 체계적기고 정기적인 외교 협의와 교육 교류 확대도 요구했다. 두 대통령은 중앙아시아가 서방의 관심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고 보도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아스타나 세계포럼 개막 연설에서 "세계 안보 위협이 지정학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가 제공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후 변화 대응, 지역 역량 구축, 줄어드는 물 자원의 효율 사용을 위한 지식과 자원을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서방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명확하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년 전 맥킨더가 제시한 심장부 개념으로는 현재의 복잡한 국제 정세와 공급망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