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실험 추진...손을 대지 않고도 안전 검색, 민감 부위는 시야 차단

햅틱 피드백 장갑은 센서가 감지한 신체 윤곽 정보를 손에 진동이나 압력으로 전달해, 실제로 손을 대지 않아도 승객의 몸을 만지는 듯한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이 기술은 가상현실(VR)에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주는 원리와 같다.
TSA와 DHS는 얼굴 인식 등 비접촉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이미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신기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안요원이 VR 고글과 햅틱 피드백 장갑을 착용하고 승객 몸에 손을 대지 않아도 신체 안에 숨겨진 위험물이나 금지품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비접촉 신체 평가를 위한 웨어러블 센서(WSCPA)'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다.
◇ 손 안 대고 신체 윤곽을 느끼는 원리
이 시스템은 밀리미터파, 라이다(LiDAR), 후방 산란 X선 등 여러 가지 비접촉 센서를 활용해 승객의 신체 윤곽과 형태를 실시간으로 스캔한다. 보안요원은 손에 착용한 햅틱 피드백 장갑을 통해 실제로 손을 대지 않아도 승객의 몸 윤곽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센서가 감지한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거쳐 3차원 윤곽 지도로 바뀌고, 이 정보가 장갑의 햅틱 피드백을 통해 보안요원 손에 전달된다.
특히 벨트 버클이나 사적 신체 영역 등 민감 부위에 대해서는 시야를 차단해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더욱 보호한다. DHS가 공개한 특허 문서에 따르면, 고글을 착용한 보안요원만이 제한된 신체 부위 이미지를 볼 수 있고, 민감한 부위는 전체 신체 이미지 대신 일부만 표시된다.
DHS는 이 기술이 기존 신체수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던 불편함과 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 자료에 따르면, 수백 명의 승객이 TSA 신체수색 과정에서 굴욕감이나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나 감각이 예민한 승객에게 이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업계 반응
이 신기술은 공항 보안검색뿐 아니라 의료 진료, 구조 현장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DHS는 "비접촉 신체 평가 시스템으로 보안요원이 위험한 물건을 다룰 때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막고, 시각 장애인 등에게 신체적 인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개념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규모 현장 실험과 실제 적용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위험물을 감지하고, 잘못된 검출이나 놓치는 오류를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반응이 많다. 또, 보안요원이 실제로 손을 대지 않아도 3D 신체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느끼는' 과정에서 새로운 프라이버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404미디어 등 외신은 "보안요원이 실제로 손을 대지 않아도 승객의 몸을 '가상으로 느끼는' 과정 자체가 일부 승객에게는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3D 신체 데이터를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 미래 전망
TSA와 DHS는 2022년부터 이 기술의 특허 출원과 개발을 진행해 왔다. 최근 공개된 특허 문서와 DHS 정보 시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승객과의 신체 접촉을 줄이거나 없애 승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민감 부위에 대한 시야 차단 등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가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된다면, 공항 보안검색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기술의 완성도와 현장 적용성, 프라이버시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번 혁신은 단순히 보안검색의 편의성 향상을 넘어, 승객의 심리적 안정과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관련 기술은 앞으로 의료, 구조, 법 집행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HS는 "이 기술은 공항뿐 아니라 육상 국경, 주요 시설 경비, 구조 현장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