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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천공항공사, 몬테네그로 공항 입찰서 95점 받고도 탈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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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천공항공사, 몬테네그로 공항 입찰서 95점 받고도 탈락 위기

세계은행 컨설턴트 평가와 입찰위원회 점수 15.3점 차이로 논란 확산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몬테네그로 공항 민영화 사업을 둘러싸고 한국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탈락할 위기에 놓이면서 국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 비예스티가 8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상세히 전했다.

◇ 세계은행과 입찰위원회의 평가 엇갈려


몬테네그로 공항 양허권 입찰에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컨설턴트는 한국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기술 제안서에 100점 만점에 95점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몬테네그로 입찰위원회는 같은 제안서에 79.7점을 매겨 최소 통과 기준인 80점에 못 미쳤다. 경쟁사인 룩셈부르크계 미국 기업 코퍼레이션 아메리카 에어포츠는 IFC로부터 80점, 입찰위원회로부터 85점을 각각 받았다.

이런 평가 차이 때문에 밀로이코 스파지치 몬테네그로 총리와 닉 델료샤이 부총리 겸 입찰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공개 대립이 벌어졌다. 스파지치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은행-IFC의 발언은 몬테네그로 공항 양허 입찰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몬테네그로의 명성, 유럽 가입 과정, 모든 조건을 충족한 '5장 공공 조달의 마무리'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FC는 입찰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최고의 국제 기술 컨설턴트 지원을 받아 자세한 기술 평가를 실시했으며, 두 기술 제안 모두 입찰 문서에 정의된 기준에 따라 평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입찰위원회가 거부하려는 제안은 요구사항을 완전히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IFC는 또 "절차 위배 시 유럽연합(EU) 가입 지연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 입찰위원회 일부 위원, 한국 제안서에 0점 부여


비예스티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입찰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활주로 확장과 공항 건물 확장 등 한국 기업의 기술 제안 항목에 0점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명으로 구성된 입찰위원회는 총리실과 재무부에서 3, 교통부에서 6, 국방·공간계획부 대표들로 구성됐다.

스파지치와 가까운 소식통은 "교통부의 입찰위원회 일부 구성원이 기술 입찰에서 한국 회사에 0점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활주로 확장, 공항 건물 확장 같은 제안의 세부 사항에 관한 것"이라면서 "입찰위원회 위원 중 아무도 엔지니어가 아닌데 전문가를 고용한 컨설턴트보다 해당 주제를 더 잘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번 입찰은 티밧과 포드고리차 공항에 30년간 양허권을 부여하는 사업으로, 7년간 진행돼온 과정이다. 입찰 평가에서 기술 점수는 전체의 20%, 재정 입찰이 80%를 차지한다. 재무부 대표 3명(옐레나 요베티치, 드라간 다르마노비치, 밀레나 밀로비치)은 지난 5일 회의에서 '채점 과정이 불법'이라고 의심하며 회의를 떠났고, 회의록 서명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델료샤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입찰위원회의 대다수는 IFC 조치 대부분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급여를 지불하는 컨설턴트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을 제출하라는 보고서를 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입찰위원회의 각 구성원은 전문적이고 합법적으로 일했으며 모든 절차를 존중했다"고 주장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8일 밤 전자회의를 통해 입찰위원회 회의를 연기하고, 13명 위원 전원을 정부 회의에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입찰위원회는 10일까지 교통부에 입찰 점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교통부는 30일 이내에 순위 목록을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결론을 채택할 수 있지만, 최상의 입찰가가 몬테네그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입찰을 취소할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