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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홈디포,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단속'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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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홈디포,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단속'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러마운트의 홈디포 매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9일(현지시각) 홈디포 직원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 지역에 있는 홈디포 매장 최소 두 곳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러마운트의 홈디포 매장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9일(현지시각) 홈디포 직원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 지역에 있는 홈디포 매장 최소 두 곳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국 전역의 홈디포 매장이 예상치 못한 충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홈디포 매장 주변을 집중 단속 구역으로 지목한 이후 주차장에 모여 일거리를 기다리던 이민 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4일 뉴저지 북부의 한 홈디포 매장 앞에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소수의 인력만이 모여 있었고 로스앤젤레스(LA)의 두 매장에서는 나타난 노동자들에게 경비가 인도를 벗어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휴스턴의 세 곳 매장 주변에는 아예 일용직 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달간 이들 장소에서 급습 작전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말 백악관 고위 보좌관이자 반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는 ICE에 홈디포 주차장을 포함한 지역에서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을 확대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LA 웨스트레이크 지역의 홈디포가 입점한 스트립몰에서 실시된 급습 이후에는 항의 시위가 며칠간 이어졌다. 이 지역은 라틴계 이민자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홈디포는 공식적으로 “무단 고용이나 영업 외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디포 대변인은 “홈디포는 매장 부지에서의 인력 모집을 금지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인도 위에만 머물 수 있다”고 밝혔다. 홈디포는 또 “ICE와 어떠한 협력 관계도 없으며 단속 일정을 사전에 통보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는 LA 지역의 점장들에게 단속 발생 시 즉각 본사에 보고하고 직원들이 이민 당국과 접촉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속이 이뤄진 지역의 직원에게는 유급 휴가도 허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경세관단속국(CBP) 요원들이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지역의 홈디포 외부에서 대기 중이던 멕시코계 노동자 9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인근 사업장에서 체포된 한 이민자에 대한 ‘브리핑 장소’로 홈디포를 활용하고 있었다. 체포 장면은 법원 기록에도 등장한다. 이후 세 명의 과테말라 출신 노동자에 대해 즉각 추방 조치가 내려졌으나 지난달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은 “해당 체포가 적법했는지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며 일시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강경한 연방당국의 단속은 홈디포와 일용직 노동자들 간의 오랜 ‘비공식적 공생관계’를 흔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홈디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주택 개보수 붐이 꺾이면서 최근 몇 분기 동안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 건설업자들이 홈디포의 주요 고객층이며 이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용직 인력을 매장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주차장 주변에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줄고 있다. LA 비영리단체 ‘중미자원센터(CARECEN)’의 마르타 아레발로 사무국장은 “원래 수백명이 모이던 주차장에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다”며 “홈디포는 인근 커뮤니티와 협력하려 하지 않고 화장실 사용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해당 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간식, 물, 위생시설을 제공하는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WSJ는 홈디포 주차장 외에도 ICE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의 매장을 단속 지역으로 지정한 점도 함께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민 단속이 소매유통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