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재무 “협상 의지가 없는 나라는 연장하지 않을 것”

12일(이하 현지 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곧 각국에 편지를 보내겠다. 이게 우리의 조건이고 받아들이든지 말든지는 대상국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급작스레 부과한 고율 관세를 일시 중단했으며 이 중단 조치는 다음 달 9일 종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협상 기한을 앞두고 관세 강행 가능성을 다시 시사한 것이어서 향후 전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앞서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18개 주요 교역국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이들이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 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성 있게 협상하는 국가나 무역 블록에 대해서는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러나 협상 의지가 없는 곳에 대해서는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전날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기본 틀과 이행 계획에 합의했으며 현재 양국 정상의 최종 서명만 남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두고 “합의는 완료됐다. 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면서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을 먼저 공급하기로 했고, 우리는 중국 유학생의 미국 내 대학 수학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총 5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관세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10% 기본 관세, 펜타닐 관련 품목 관세 등을 모두 합산한 수치로 새 관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측의 양보는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단 6개월 동안만 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제조업체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제한된 조치가 향후 협상에서 중국의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이번 합의는 최종 무역 합의를 향한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며 “단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며 앞으로도 긴 협상 과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 수준은 더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면서 “지금 우리는 중국과 매우 긍정적인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일시적으로 부과했던 145% 관세로 인해 5월 미국의 해상 수입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업체 데스카르테스 데이터마인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항만에서 수입량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재무부는 이 같은 고율 관세로 인해 5월 미국의 세관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약 4배 증가한 230억 달러(약 31조2600억 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물가 측면에서는 아직 관세가 본격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시장 예상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