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어드밴싱 AI’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MI350 시리즈와 MI400 시리즈를 공개했다. 수 CEO는 해당 제품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 라인업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MD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AI 서버 ‘헬리오스(Helios)’에 자사 MI400 시리즈 칩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AI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단일 칩 판매에서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칩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서버 판매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MI400 시리즈 칩은 헬리오스라는 전체 서버 랙에 수천 개의 칩을 하나의 ‘랙 스케일(rack-scale)’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다.
수 CEO는 “이번에는 랙의 모든 요소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헬리오스가 단일 대규모 컴퓨팅 엔진처럼 작동하는 AI 서버로, 클라우드 사업자와 대형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컴퓨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MD는 차세대 랙스케일 기술을 통해 자사의 최신 AI 칩이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과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웰은 72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구성으로, 현재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장악한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AI 애플리케이션 개발·배포용 데이터센터 GPU 시장에서 AMD의 유일한 주요 경쟁사다. AMD는 이번 MI400 시리즈와 올해 출시된 MI355X 칩을 통해 본격적인 정면 승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MD는 키노트 발표에서 헬리오스 서버의 여러 기술 사양을 공개 형식으로 제공해 경쟁사인 인텔 등과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독점 기술 ‘NVLink’를 활용해 칩을 연결하는 업계 1위 엔비디아를 겨냥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경쟁 압력 속에 ‘NVLink’ 기술의 라이선스 제공을 시작했다.
수 CEO는 “AI의 미래는 단일 기업이나 폐쇄적인 생태계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 전반의 개방형 협업을 통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 역시 업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의 폐쇄적인 기술 전략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무대에 올라 AMD의 칩 사용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양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또한 현재 오픈AI가 AMD의 MI300X와 MI450 칩을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날 행사에는 일론 머스크 소유의 xAI, 메타 및 오라클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연단에 올라 AMD 칩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AI 특화 클라우드 업체 크루소(Crusoe)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AMD의 신형 칩 4억 달러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AMD의 야심에 찬 차세대 칩 공개에도 불구하고 AMD 주가는 2.18% 하락한 11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