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등과 혁신의 상징으로 부상한 무인 택시가 초래할 변화

최근 며칠 동안 미국 업계 동향을 보면, 테슬라와 구글 자회사 웨이모가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오는 22일에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대중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안전 문제로 일정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모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텍사스 오스틴과 애틀랜타, 마이애미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을 밝혔다. 웨이모 차량은 라이다(거리 측정 센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제 운전자와 거의 차이가 없는 주행을 보여주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 정치적 상징이 된 무인 택시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민 정책을 둘러싼 시위가 거세졌다. 이 과정에서 웨이모 무인 택시가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시위대는 무인 차량을 멈춰 세우고 불을 붙였다. 차량이 분노와 정치적 상징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웨이모가 빅테크와 트럼프 정부의 협력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웨이모는 시위 지역을 피해 운행하고,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 범위를 줄이고 있다.
이처럼 무인 택시는 도시에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사회 갈등과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년 전만 해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웨이모가 대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인 택시가 얼마나 빨리 퍼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혁신, 무브(Moove)의 도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무브(Moove)는 최근 3억 달러 이상의 돈을 모았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무브는 우버 등과 함께 아프리카, 유럽, 중동, 인도에서 차량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브는 웨이모 등 무인 택시를 청소하고 충전하는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는 무인차를 직접 사서 개인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처럼 무인 택시 시대는 소수의 거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무브의 성장은 10년 전 플랫폼 경제(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연결하는 방식)가 널리 퍼졌던 변화와 닮았다.
◇ 무인 택시가 가져올 경제·사회 변화
무인 택시가 널리 퍼지면 교통비가 크게 줄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인 택시는 기존 택시 요금의 절반 이하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710억 달러의 수리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차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하며, 도시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
무인 택시가 널리 퍼지면, 사람들이 차를 직접 갖지 않고도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다. 이로써 자동차 산업은 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누구나 쉽게 빌려 쓸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 남은 과제와 미래 전망
무인 택시 확산에는 여전히 기술과 규제 과제가 남아 있다. 센서 정확도, 날씨 적응력, 데이터 처리 속도 등 기술적 문제와 충돌 안전성, 법적 규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과 사회적 신뢰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무인 택시는 도시 이동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무인 택시 시장은 해마다 60%씩 성장한다. 2030년에는 38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 택시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과 전 세계 도시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테슬라와 웨이모의 경쟁, 로스앤젤레스의 정치적 상징화, 아프리카 무브의 혁신적 확장은 무인 택시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와 경제, 정치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무인 택시는 도시 교통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내며,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다만, 기술과 규제 과제, 사회적 신뢰를 함께 해결해야 진정한 이동 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