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에 따르면 메타는 내년까지 광고 제작과 송출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도구를 출시할 계획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구글과 아마존도 자체 플랫폼 내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대체할 AI 광고 도구를 개발 중이다. NBC유니버설과 컴캐스트 계열의 피콕도 스트리밍 TV 광고용 AI 자동 제작 툴을 다음달부터 무상 제공할 방침이다.
이같은 흐름은 오랫동안 광고업계를 지배해 온 대형 에이전시 그룹들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실제로 퍼블리시스, 옴니콤, WPP, 인터퍼블릭 등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의 주가는 WSJ가 메타의 AI 도구 계획을 처음 보도한 지난주 약 3~4% 하락했고 이후 일부 회복됐다.
마이클 네이선슨 모펫네이선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 산업은 직원 시간 단위로 청구하는 수익구조에 기반해 왔다”며 “브랜드가 고성능 AI 도구를 직접 활용하게 되면 광고대행사들은 성과 기반 과금 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1000명이 필요했던 조직이 이제는 ‘비전을 가진 3~4명’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측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팜 투 테이블’ 콘셉트 레스토랑 체인인 DIG의 제시카 세라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직원이 1~3명뿐인 소규모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면 이런 AI 도구가 매우 반가울 것”이라며 “특히 링크 클릭이나 앱 다운로드 같은 ‘성과 중심 마케팅’을 수행하는 대행사는 빠르게 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형 브랜드일수록 아직은 인간 중심의 일관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광고대행사 BBDO의 크리스 베레스퍼드힐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대형 브랜드는 여전히 브랜드의 일관성과 관리를 원한다”며 “AI가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어도 고유한 콘셉트를 창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중견 브랜드부터 AI 도구 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유세프 스콸리 인터넷·디지털미디어 리서치 책임자는 “ROI(광고수익률)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중간급 광고주들은 AI 전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도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구찌는 지난 2월 신제품 광고를 AI로 전면 제작했고 지방시와 디올을 거느린 LVMH는 이달 초 AI를 ‘수요 둔화 대응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LVMH와 아르마니의 마케팅을 도운 바 있는 컨설팅업체 글래디에이터미디어 설립자 제임스 힐은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소비 부진으로 AI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뷰티기업 로레알은 최근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협업을 발표하며 광고 제작을 포함한 AI 전반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메타는 AI 도구의 도입이 광고대행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AI 광고 도구가 성숙하면 브랜드는 더 이상 외부 창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알렉스 슐츠 메타 마케팅 책임자는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에이전시의 미래를 믿는다”며 해명했다.
메타 대변인도 이번 주 “에이전시와의 협력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생성형 AI와 비즈니스 메시징 같은 최신 광고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에이전시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산업 모델에 기대는 인수합병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옴니콤이 지난 12월 발표한 인터퍼블릭 인수 계획 이후 양사의 주가는 약 20% 하락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