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풍부한 화산 유리·알칼리 호수 등 극히 드문 3대 조건 동시 충족돼야
전 세계 유일 매장지 세르비아…유럽연합(EU)과 채굴 둘러싼 복잡한 역학 관계
전 세계 유일 매장지 세르비아…유럽연합(EU)과 채굴 둘러싼 복잡한 역학 관계

자다라이트는 2004년 광산업체 리오 틴토가 세르비아 야다르 지역에서 처음 발견했다. 분석 결과, 화학식 'NaLiB₃SiO₇(OH)'를 가진 이 광물은 나트륨, 리튬, 붕소, 규소, 수산화 이온을 포함하는 보로실리케이트 계열의 신종 광물로, 당시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이 화학식은 영화 <슈퍼맨 리턴즈>의 크립토나이트 설정과 같았다. 물론 자다라이트는 크립토나이트처럼 녹색으로 빛나거나 방사성을 띠지는 않는다.
◇ 유럽 전기차 시장 90% 감당할 잠재력
야다르 광상의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매장된 리튬의 양은 앞으로 수십 년간 유럽 도로에 보급될 전기차의 최대 90%에 장착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광물이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채굴을 둘러싼 세르비아와 유럽 연합 간의 정치·경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 '케이크 굽기'처럼 정밀한 생성 조건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6월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자다라이트가 극도로 특수한 조건에서만 생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자다라이트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리튬이 풍부한 화산 유리 ▲알칼리성이 높은 말단 호수(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호수) ▲점토 광물이 결정 구조로 변하는 과정 등 세 가지 조건이 정밀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처럼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환경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자다라이트가 희귀 광물로 남은 것이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프란체스코 푸촐루 박사(논문 공동 저자)는 "마치 케이크를 굽는 것처럼, 이 희귀 광물이 형성되려면 모든 것이 측정되고 정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광물 성분이 정확하게 맞지 않거나, 조건이 너무 산성이거나 너무 추우면 자다라이트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 기준이 너무나 정밀해서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아직 그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박물관의 로빈 암스트롱 지질학자(공동 저자)는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경쟁 속에서 리튬 수요가 계속됨에 따라 채굴된다면 자다라이트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형성 조건을 밝혀 우리가 새로운 광상을 식별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고 강조했다.
자다라이트 생성 원리의 규명은 미래 핵심 자원인 리튬 확보 경쟁에서 중요한 과학의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현재는 세르비아 한 곳에서만 발견되었지만,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전 세계 다른 곳에서 유사한 지질 조건을 탐사해 새로운 자다라이트 매장지를 발견할 가능성이 열렸다. 끊임없이 급증하는 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계와 산업계의 탐색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