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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크립토나이트 광물' 자다라이트…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열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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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크립토나이트 광물' 자다라이트…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열쇠' 될까

리튬 풍부한 화산 유리·알칼리 호수 등 극히 드문 3대 조건 동시 충족돼야
전 세계 유일 매장지 세르비아…유럽연합(EU)과 채굴 둘러싼 복잡한 역학 관계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미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는 희귀 광물 자다라이트. 사진=런던 자연사 박물관이미지 확대보기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미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는 희귀 광물 자다라이트. 사진=런던 자연사 박물관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다량 함유한 희귀 광물 '자다라이트(Jadarite)'의 생성 원리를 국내외 연구진이 마침내 밝혔다. 영화 <슈퍼맨 리턴즈> 속 가상 물질 '크립토나이트'와 화학식이 같아 화제를 모으기도 한 이 광물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단 한 곳, 세르비아에서만 발견됐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새로운 리튬 광상을 찾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IFL사이언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다라이트는 2004년 광산업체 리오 틴토가 세르비아 야다르 지역에서 처음 발견했다. 분석 결과, 화학식 'NaLiB₃SiO₇(OH)'를 가진 이 광물은 나트륨, 리튬, 붕소, 규소, 수산화 이온을 포함하는 보로실리케이트 계열의 신종 광물로, 당시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이 화학식은 영화 <슈퍼맨 리턴즈>의 크립토나이트 설정과 같았다. 물론 자다라이트는 크립토나이트처럼 녹색으로 빛나거나 방사성을 띠지는 않는다.

◇ 유럽 전기차 시장 90% 감당할 잠재력

야다르 광상의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매장된 리튬의 양은 앞으로 수십 년간 유럽 도로에 보급될 전기차의 최대 90%에 장착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광물이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채굴을 둘러싼 세르비아와 유럽 연합 간의 정치·경제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 '케이크 굽기'처럼 정밀한 생성 조건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6월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자다라이트가 극도로 특수한 조건에서만 생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자다라이트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리튬이 풍부한 화산 유리 ▲알칼리성이 높은 말단 호수(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호수) ▲점토 광물이 결정 구조로 변하는 과정 등 세 가지 조건이 정밀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처럼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환경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자다라이트가 희귀 광물로 남은 것이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프란체스코 푸촐루 박사(논문 공동 저자)는 "마치 케이크를 굽는 것처럼, 이 희귀 광물이 형성되려면 모든 것이 측정되고 정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광물 성분이 정확하게 맞지 않거나, 조건이 너무 산성이거나 너무 추우면 자다라이트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 기준이 너무나 정밀해서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아직 그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박물관의 로빈 암스트롱 지질학자(공동 저자)는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경쟁 속에서 리튬 수요가 계속됨에 따라 채굴된다면 자다라이트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형성 조건을 밝혀 우리가 새로운 광상을 식별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고 강조했다.

자다라이트 생성 원리의 규명은 미래 핵심 자원인 리튬 확보 경쟁에서 중요한 과학의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현재는 세르비아 한 곳에서만 발견되었지만,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전 세계 다른 곳에서 유사한 지질 조건을 탐사해 새로운 자다라이트 매장지를 발견할 가능성이 열렸다. 끊임없이 급증하는 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계와 산업계의 탐색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