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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보기관 MI6, ‘첫 여성 수장’ 임명…기술·중동 전문가 메트루웰리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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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정보기관 MI6, ‘첫 여성 수장’ 임명…기술·중동 전문가 메트루웰리 발탁

블레이즈 메트루웰리 신임 MI6 국장과 영국 런던의 MI6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블레이즈 메트루웰리 신임 MI6 국장과 영국 런던의 MI6 청사. 사진=로이터

영국 정보기관 MI6(비밀정보국)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여성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16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각) 기술과 중동 작전 경험을 갖춘 블레이즈 메트루웰리를 MI6 신임 국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메트루웰리는 올해 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WP에 따르면 메트루웰리는 최근까지 MI6에서 기술혁신총괄국장(Q)으로 재직하며 우크라이나 등 우방국의 비밀 작전을 지원하는 첨단 감시 장비와 스파이웨어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Q는 MI6 내에서 기술·혁신 부서를 총괄하는 직책의 약칭이다. Q라는 보직은 영화 ‘007 시리즈’에 나오는 장비 전문가 캐릭터 ‘Q’를 연상케 한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과 미국 전·현직 관료들은 “그의 기술력과 작전 경험이 지금 같은 국제 위기 속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영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스파이선을 영해에 들여보내거나 사이버 공격으로 공공 서비스 마비를 노리는 적들에 맞서기 위해 메트루웰리가 이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임명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47세인 메트루웰리는 지난 1999년 MI6에 들어와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오랜 기간 작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실제로 메트루웰리의 임명은 영화 속 MI6의 남성 중심 이미지를 넘어서는 상징적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전임 리처드 무어 국장의 뒤를 잇게 된다. 무어는 지난 5년간 MI6를 이끌었으며 윌리엄 번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 이후 미국과 영국 간 전통적인 정보 협력 관계인 ‘특수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해임되고 주요 분석가들이 대거 교체된 데다 트럼프 측 고문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동맹에서 캐나다를 제외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유럽 내 우려가 커졌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참여하는 정보 공유 체제다.

미국과 영국 당국자들은 협력관계가 여전히 공고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과 파이브 아이즈 소속 수장들이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과 만찬을 가진 사실도 공개됐다.

메트루웰리는 성명을 통해 “이 기관을 이끌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라며 “MI6의 용감한 요원들, 그리고 세계 각국 파트너들과 함께 그동안 해온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