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벙커버스트 폭탄+ 연준 FOMC 금리동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작전, 직접적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대이란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자비는 없다"면서 최후의 항전을 선포, 중동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하루 이틀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9.29포인트(-0.70%) 내린 42,215.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0.39포인트(-0.84%) 하락한 5,982.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80.12포인트(-0.91%) 떨어진 19,521.09에 각각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5일째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더욱 고조된 영향을 받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하루 단축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라 이날 새벽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이어 이날 낮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고 이번 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소재를 알고 있다면서 "민간인이나 미군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인내심이 소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며 항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소매지표가 예상 밖으로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며 증시에 부담을 뒀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7천154억 달러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감소 폭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6%)보다 컸다.
월가에서는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악화하면서 개인의 소비지출을 억누를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테슬라 주가는 3.9% 떨어지면서 이날 나스닥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가운데 시장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8일 금리 동결 결정 후 회견에서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좀 더 비둘기파적 성향(통화완화 선호)의 발언을 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위험회피 심리와 연준의 조기 인하 기대감에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39%로 전장 대비 6bp(1bp=0.01%포인트) 내렸다.
중동 긴장 고조가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전장보다 3.22달러(4.4%)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84달러로 전장 대비 3.07달러(4.28%) 올랐다.
한편 국제 금 가격은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에 머물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종가는 온스당 3천406.9달러로 전장 대비 0.3% 하락했다.
이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98.81로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했다.
코스피가 18일 중동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도 삼성전자와 네이버 강세에 힘입어 3거래일 연속 올라 2,970대로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1.89포인트(0.74%) 오른 2,972.19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6.67포인트(0.57%) 내린 2,933.63으로 출발해 보합권 내 등락하다 상승 전환한 뒤 오름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698억원, 1천307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개인은 4천306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983억원 순매도했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각각 0.90%, 0.05% 올랐으나 홍콩 항셍지수는 1.2%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6.7원 오른 1,369.4원을 나타냈다. 환율은 17.2원 급등한 1,379.9원에 출발한 뒤 한때 1,380.0원까지 뛰었으나 장중 1,360원대로 안정됐다.
이날 장 초반 국내 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자 하락한 뉴욕증시에 덩달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시간 오는 19일 새벽 예정된 미국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경계감도 지수 상단을 제한했다.
그러다 장중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새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에 네이버가 급등하면서 지수 상승폭을 키웠다.
정부의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가 35조원에 근접한다는 소식에 내수 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도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005930](2.93%)가 3% 가까이 올랐으며 현대차[005380](0.49%), 두산에너빌리티[034020](2.69%), 셀트리온[068270](0.31%) 등이 상승했다.
NAVER[035420](17.92%)는 새 정부의 AI(인공지능) 정책 수혜 기대감과 JP모건의 목표가 상향 소식에 급등했으며, 카카오[035720](6.56%) 등 다른 인터넷 업종도 덩달아 올랐다.
엔씨소프트[036570](8.73%), 크래프톤[259960](4.08%) 등 게임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SK하이닉스[000660](-1.00%)는 하락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59%),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2.83%), 기아[000270](-0.70%), HD현대중공업[329180](-1.83%) 등도 내렸다.
미국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축소 우려에 한화솔루션[009830](-3.32%), OCI홀딩스[010060](-3.61%) 등 신재생에너지주도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IT서비스(8.74%), 오락문화(1.87%), 전기전자(1.32%) 등이 올랐으며 유통(-1.52%), 건설(-1.47%) 등은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08포인트(0.53%) 오른 779.7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3.05포인트(0.39%) 내린 772.60으로 출발해 약보합세를 보이다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301억원, 440억원 순매수했으며 외국인은 77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에코프로비엠[247540](1.01%), 에코프로[086520](0.60%) 등 이차전지주와 휴젤[145020](6.82%), 파마리서치[214450](2.86%), 리노공업[058470](3.72%) 등이 올랐다.
알테오젠[196170](-0.63%), HLB[028300](-1.18%), 펩트론[087010](-2.22%), 리가켐바이오[141080](-4.68%) 등은 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4조6천130억원, 7조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번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중동 위기가 유가 급등을 불러와 전 세계적으로 물가에 부담을 주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 모두 금리인하에 더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중동발 새 경제 충격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과 영국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미국 연준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 가능성 때문에 당분간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무력 충돌이 더 격화할 경우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물가가 급등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으로 성장이 저해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해 있어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이사들이 금리 인하와 관련해 의견이 완전히 반으로 갈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MG 미국 지사의 다이안 스웬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상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어려운 림보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하루 단축해 급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했고, "우리는 (이란의)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란을 30년 넘게 철권통치 해온 하메네이를 겨냥해 '제거'(take out), '살해'(kill)라는 단어를 연달아 사용했고,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맞대응에 나서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발언이 나온 이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페르시아어 게시물에서는 "하이다르의 고귀한 이름 아래 전투가 시작됐다"면서 시아파의 초대 이맘인 알리의 별칭인 하이다르를 소환해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역사적, 종교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후통첩성 발언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고 미국의 개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 상황에서 미군을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거나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만이 보유한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과 이를 운반해 투하할 B-2 스텔스 폭격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개입한다면 이스라엘-이란 분쟁은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이란도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등 장비를 마련해놨다고 보도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