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약속과 현실 괴리 지적…2단계 10조 루피아 추가 투자 추진

아린토코 이사는 2020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이 직접 유치하며 토지 80년 임대와 완비된 인프라, 산업용 가스 가격을 1MMBTU당 6달러(약 8200원)로 약속했으나, 실제 계약에서는 가스 가격이 9.5달러(약 1만 3000원)으로 50% 넘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아린토코 이사는 "2020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2024년까지 가스 가격 확정 통보를 받지 못했고, 결국 국영가스공사(PGN)와 계약서에 서명할 때 9.5달러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KCC글라스는 인프라가 덜 갖춰져 물류 문제도 겪고 있다. 처음 약속된 바탕(Batang) 항만이 2023년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아직 문을 열지 못해 원자재 수입을 위해 70km 떨어진 세마랑의 탄중마스(Tanjung Mas) 항만을 이용해야 한다. 아린토코 이사는 "바탕 항만이 정상 운영됐다면 2km 거리에서 바로 물류를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 제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내세운 '저렴한 에너지'와 '완비된 인프라' 약속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유리·세라믹 등 7개 산업에 대해 1MMBTU당 6달러의 특별 가스 가격(HGBT) 정책을 2020년부터 시행했으나, 실제 공급과 가격 확정이 지연되고, 2024년 말 정책이 끝난 뒤에는 가스 가격이 최대 16.77달러(약 2만 2900원) 까지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 2단계 10조 루피아 추가 투자 계속...2027년 가전·자동차 유리 생산 확대
이런 불만에도 KCC글라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린토코 이사는 "이번 경험에도 추가로 10조 루피아(약 8360억 원) 규모의 2단계 투자를 추진한다"며 "2027년 4월부터 자동차와 가전용 유리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CC글라스는 이미 2021년부터 4000억 루피아(약 334억 원)을 들여 연간 44만 톤 규모 판유리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전체 생산량의 80%를 수출하고 있다.
현지 산업계에서는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가 인도네시아 제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만큼, 정부의 정책 신뢰성 강화와 인프라 조기 구축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투자부는 "KCC글라스 등 해외 투자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KCC글라스의 사례는 동남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제조업 유치 과정에서 정책 일관성과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추가 투자와 생산라인 증설이 실제로 이뤄질지,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