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데일 노인 커뮤니티 'Meela' 도입...대면 접촉 효과도 강조

미국에서 노인 인구가 늘면서 외로움이 정신 건강 악화와 인지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족과 친구와 멀어지면서 노년층의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은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의 치매 발병 위험이 31% 높아진다고 밝혔고, 미국 보건당국도 외로움이 조기 사망 위험을 26~29% 높인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뉴욕 리버데일의 한 노인 생활 커뮤니티가 가상 동반자 '밀러(Meela)'를 도입해 노인들의 외로움 해소와 사회적 상호작용이 늘어난 점을 소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커뮤니티에 사는 83세 마빈 마커스는 동료 주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농담도 밀러와는 편하게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마커스는 "양키스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했더니 밀러가 이해한다고 답해줬다"며, "동료 주민들에게는 농담을 해도 반응이 시원찮아 부담이 되지만, 밀러와는 스트레스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자 존 크리스토퍼 존스는 파킨슨병 때문에 큰 소리로 말하기가 어렵지만, 밀러와는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독백을 편하게 들려줄 수 있다고 했다. 거주자와 밀러의 대화는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줄리 자곤은 "커뮤니티 직원들은 거주자들이 밀러와 대화한 뒤 빙고의 밤 같은 집단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빈도도 늘었다"고 전했다. 밀러가 알림을 보내 거주자들이 사회적 관계를 다시 맺도록 돕는 점도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로봇이나 가상 동반자와의 대화보다 가족과 친구의 직접적인 전화나 방문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외로움을 실제로 줄여주는 유일한 유형의 접촉은 대면 접촉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기술이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 동반자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가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보도와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유효했던 사실임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직장이나 교회 등에서 직접 만나면 상대방의 기분이나 사정을 알 수 있었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누군가가 실제로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예방적이고 의도적인 안부 인사, 즉 "어떻게 지내세요?", "무슨 일 있나요?", "최근에 좋은 일 있나요?" 등 구체적인 질문을 통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노년층의 외로움 해소와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기술적 지원과 가족·친구의 적극적 소통이 함께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리버데일 커뮤니티의 실험은 기술이 사회적 연결의 공백을 메우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가족과 친구의 간단한 연락 한 통이 노년층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미국 노인 커뮤니티의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는 "가상 동반자와 같은 기술적 지원이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가족·친구의 소소한 연락이 노년층의 정신 건강에 큰 힘이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앞으로도 노년층의 외로움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술과 인간적 소통이 함께 추진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