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증시가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다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파생상품과 채권시장에서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감지되고 있으며 실제 주가 상승도 일부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기준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보다 2.6%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지난 4월 시장을 흔들었던 변동성은 상당히 잦아든 상태다.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완화 조치와 낮은 물가상승률, 견조한 고용 지표 등이 주가 회복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직후 S&P 500 지수는 0.8% 하락했으며 여전히 중동 전쟁과 국채 급등, 이민 정책 여파 등 잠재적 리스크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자율 전략가 랄프 악셀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시장 같지만 그 안에는 매우 큰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주 주도 ‘마지못한 랠리’…“마그니피센트 세븐 없으면 상승폭 절반”
S&P 500 지수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19% 가까이 하락한 뒤 4월 9일부터 반등에 들어갔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7월로 연기했고 중국과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며 시장이 급반등했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양국이 100%를 넘는 관세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S&P 500은 하루에 3.3% 상승했다.
그 이후 지수 상승은 대부분 기술 대형주에 의해 이뤄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알파벳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종목들을 제외하면 4월 저점 이후 S&P 500의 상승폭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S&P 다우존스 인덱스의 애널리스트 하워드 실버블랫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대형 기술주가 전체 상승세를 주도하며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
동일 가중치로 구성된 S&P 500 변형 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보다 4.7% 낮은 상태다. 아카데미 증권의 매크로 전략 책임자 피터 티커는 “이제 S&P 500은 평균 종목이 아니라, 극소수 기업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지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 “시장 조용해도 불안은 여전”…옵션·채권시장 경고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지수(VIX)가 하락하며 시장의 공포가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장기 전망은 다르다. 시카고옵션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S&P 500의 급락 가능성을 반영한 옵션 지표인 ‘스큐’는 과거 대비 96번째 백분위에 도달한 상태다. 이는 역대 상위 4%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올해 하반기 큰 하락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빌레르앤컴퍼니의 샌디 빌레르 파트너는 “2025년 하반기는 시장에 훨씬 더 험난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유가 상승·국채 금리 불안도 변수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주 이스라엘이 이란을 대규모로 공습한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하루 만에 4.4% 상승해 배럴당 76.45달러(약 10만6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던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 케이티 닉슨은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눌러주는 순풍이었다면, 이제는 역풍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35조달러(약 4경7700조원)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공화당이 감세안은 추진하면서도 지출 축소는 외면하고 있어, 장기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에 근접했으며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초단기 기준금리로 여겨지는 ‘담보부 익일금리(SOFR)’와 30년물 국채 금리의 차이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며,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악셀 전략가는 “지금은 장기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역대 가장 높아진 시점”이라며 “기관 고객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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