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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 여파, 美 예비 신부들까지 ‘직격탄’…“드레스는 포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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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 여파, 美 예비 신부들까지 ‘직격탄’…“드레스는 포기 못 해”



지난 2011년 2월 25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웨딩 박람회 쇼룸에서 한 판매자가 웨딩드레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1년 2월 25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웨딩 박람회 쇼룸에서 한 판매자가 웨딩드레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등 주요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를 재개하면서 웨딩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웨딩드레스의 약 90%가 중국산인 만큼 예비 신부들의 결혼 예산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최대 웨딩드레스 유통업체 데이비즈 브라이덜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대거 동남아로 이전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온라인 전략까지 도입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웨딩 예산은 줄여도 드레스는 지킨다”

데이비즈 브라이덜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웨딩드레스 3벌 중 1벌을 유통하는 업체다. 지난 4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켈리 쿡은 “예비 신부들은 식장, 케이터링, 장식 예산을 줄이더라도 드레스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드레스는 결혼식의 핵심 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취임 직후 전체 드레스 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중국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 올여름부터는 중국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했다. 그는 “우리는 생산부터 매장 진열까지 전 과정을 수직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며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없이 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회피 아닌 ‘저항’ 수준”…업계 생존전략도 분주

다만 쿡 CEO는 “우리도 관세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관세에 ‘내성 있는’ 구조를 구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일부 국가에도 관세를 확대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업계 전반이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 방침을 시사한 것과 달리 데이비즈 브라이덜은 자체 디자인과 소재 대량 구매, AI 기반 수요 예측 등으로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30만벌의 웨딩드레스를 미국 내 매장과 물류센터에 비축해 단기적 공급 차질도 방지했다.

◇AI·AR 결합한 신전략…“드레스 산업의 아마존 꿈꾼다”

데이비즈 브라이덜은 올해부터 ‘AI to Aisle(드레스 골목에서 AI까지)’ 전략을 통해 AI 기술 기반 온라인 플랫폼을 전면 도입하고 있다. 고객이 핀터레스트에 저장한 웨딩 이미지나 검색 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드레스와 소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쿡 CEO는 “앞으로는 매장에서 AI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드레스를 입어보지 않고도 해변이나 숲 속 결혼식 배경에 어울리는 드레스 색상과 스타일을 즉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단순한 드레스 판매를 넘어 웨딩 관련 종합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체성 바꾸지 않고도 CEO 될 수 있다”

한편 쿡 CEO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전 항공사에 재직하던 시절, 외모와 복장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한 멘토가 ‘입사하려면 머리를 자르고 립스틱을 바꾸고 조용히 웃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일에 대한 진정성과 호기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직 경험은 인성과 근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나는 여전히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지만, 내 안엔 수학을 좋아하던 ‘초특급 괴짜’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