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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의 ‘2주 유예’, 정치·군사적 기만 전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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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의 ‘2주 유예’, 정치·군사적 기만 전술”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기 전 발표한 ‘2주 안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은 사실상 정치·군사적 기만 전술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며칠 동안 중동전 개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미 군사작전을 승인한 상태였으며 ‘결정 유예’ 발언은 시간 벌기용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 '2주 안에 결정'은 군사작전 은폐 위한 정치적 기만


NYT에 따르면 캐롤린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중동 전쟁에 미국이 개입할지를 놓고 협상 여지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향후 2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그러나 불과 30시간 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정교한 군사작전 중 하나로 평가된 대이란 공습 명령을 내렸다.
공습 작전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는 핵 벙커 파괴용 ‘GBU-57’ 폭탄을 탑재한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이란을 향해 출격했으며, 동시간대 다른 B-2 편대는 태평양 쪽으로 비행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기만 작전’을 수행했다. 군 당국은 이 작전을 ‘미드나잇 해머(Operation Midnight Hammer)’로 명명했다.

작전은 이란의 나탄즈와 포르도, 이스파한 소재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특히 포르도는 지하 수백미터 깊이에 매설된 시설로 미국은 GBU-57 폭탄 14발을 투하해 사상 첫 실전 투입을 감행했다.

◇ ‘트루스소셜’로 작전 누설…軍, 트럼프에 보안 우려


NYT는 복수의 백악관 참모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태세만 갖추면 1초 전에도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전쟁 개입 가능성을 은근히 시사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테헤란을 떠나라”, “지도자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다”, “무조건 항복하라”고 잇달아 올린 점에 우려를 표하며 “대통령 본인이 가장 큰 작전 보안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군은 실제 작전이 동쪽 대서양 방향에서 진행될 것임에도 일부 B-2 폭격기를 서쪽 태평양 방향으로 노출 비행시키는 식으로 교란 작전을 펼쳤다. 또 공습 당일 새벽, 미 해군 잠수함은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해 지상 지원을 맡았다.

◇ “정권 교체 아닌 핵 억제”…그러나 트럼프 발언은 ‘모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새벽 백악관 연설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했다”며 “이것이 단발성 작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면 더 이상의 군사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가 이후 트루스 소셜에 “정권 교체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이 아니다”면서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면, 왜 정권교체가 없겠느냐”고 쓴 점을 들어 실제로는 정권 전복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JD 밴스 부통령은 “정권교체는 작전의 목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내 여론은 이미 이란 핵개발 저지와 더불어 후속 개입 가능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백악관 내 분열과 여론 탐색…카슨 비판에 격분한 트럼프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전후로 비둘기파와 매파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 배경에는 보수 진영의 여론 탐색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는 폭스뉴스에서 사라진 이후 반전 성향을 드러낸 터커 칼슨 전 앵커의 비판에 불쾌감을 표했으며 밴스 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이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언급한 것은 향후 군사행동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분산하려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비판적인 참모 중 한 명인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와 점심을 함께하며 여론을 교란했고 같은 날 발표된 ‘2주 유예’ 발언 역시 이와 연계된 전략적 기만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측 피해와 관련해서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포르도 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농축 우라늄 재고의 위치나 핵심 장비의 잔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