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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기업은 비트코인 쇼핑, 개미는 열광"…11만 달러 찍은 비트코인, 급락의 '위험한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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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기업은 비트코인 쇼핑, 개미는 열광"…11만 달러 찍은 비트코인, 급락의 '위험한 신호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따라 '묻지마 투자'…거품 붕괴 경고음
'디지털 금' 신화 균열…"암호화폐 아닌 방산주·귀금속 살 때"
기업들의 비트코인 '쇼핑'과 개인 투자자들의 열광 속에서 11만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그러나 시장에서는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업들의 비트코인 '쇼핑'과 개인 투자자들의 열광 속에서 11만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그러나 시장에서는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비트코인 상승장의 끝을 알리는 '위험한 신호'가 나타났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2025년 6월 현재 비트코인은 한때 11만 달러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10만 달러 초반에서 급등락을 되풀이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는 특정 기업들의 주가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고,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비트코인이 더는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공짜 자금'으로 비트코인 쇼핑…거품의 전조

포브스 재팬은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재무 전략을 따라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소규모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가장 큰 위험 신호로 꼽았다. 이들 기업은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 '공짜'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자들은 단지 비트코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 주식에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매체는 이런 현상 자체가 거품 국면의 전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포브스 재팬의 클렘 체임버스 기고가는 "이러한 흐름이 현재 상승장의 끝을 알리는 최종 신호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신호인지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직접 소유하기 어려운 투자자에게 관련 기업의 주식 매수가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거액의 프리미엄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 이런 기업들을 공매도하는 것이 더 나은 거래"라고 되물으며 현재 시장의 비이성을 꼬집었다.
◇ 지정학 위기에 주가와 동반 하락…'디지털 금'의 배신

비트코인이 더는 '지털 금'이나 위기 시 피난처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졌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주가와 함께 떨어졌다. 주가와 동반 하락한 이 현상은 비트코인이 위험자산과 다르다는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물론 여전히 '지정학적 위기 때 매수세가 몰린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단기 가격 변동성을 불안의 신호로 읽는다. 체임버스는 "비트코인이 비상시 피난처라는 낡은 시나리오는 이제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투자 모델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기가 생기면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금을 먼저 찾고, 이후 원유 같은 실물 자산 가격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 사태에서도 실제 사건이 터지기 전 비트코인, 금, 원유 가격이 먼저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려면 뉴스보다 가격을 보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퍼진 과도한 낙관론과 광기도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지금 사거나, 아니면 뒤처지거나"와 같은 상투적이고 위험한 구호들이 넘쳐나고, '공포·탐욕 지수'가 80을 웃도는 '극도의 탐욕' 단계에 들어서는 등 많은 투자자가 맹목적으로 정보를 믿고 무리를 따라 투자하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 보유자가 대량 매도에 나서는 것은 역사상 시장 고점과 맞물리는 경향이 짙어 지켜봐야 한다.

기술 지표와 온체인 데이터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RSI, MACD 등 주요 기술 지표가 과열을 알리고 있으며, 해시레이트가 급락하거나 장기 보유자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등 고점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고점을 찍은 뒤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며, 이전 고점이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 무너지면 추가 하락 위험이 커진다.

◇ "진짜 종말 신호는 '지금이 꼭대기'라는 확신"

체임버스는 이러한 광기가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비트코인 급등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기업의 전략 보유, 미국의 규제 완화 기대 같은 여러 좋은 소식이 겹쳐 이뤄졌지만, 그는 "의견을 말하거나 군중에 맞서기보다 비트코인 차트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경신하더라도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통해 다음 지정학적 사건에서 급등할 자산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도피를 위해, 금은 전쟁에 대비해 산다. 그리고 원자재 가격은 그 후에 움직인다"고 정리하며, 지금은 암호화폐가 아닌 귀금속과 방위산업 관련주, 그리고 중동 의존도가 낮은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 같은 안전한 석유 관련주를 살 때라고 밝혔다. 일부 유명 분석가들은 장기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지금이 꼭대기'라는 투자자가 늘어날 때가 진짜 종말 신호라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호가 뚜렷한 지금일수록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분산 투자와 위험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