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운용 관리자 3명 중 2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는 미국의 법치주이가 훼손될 경우 자산 배분 전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BS자산운용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약 40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UBS는 미국의 정치·경제 환경 변화가 국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이번 결과를 분석했다.
◇ “미국, 초장기 무이표 채권 전환 요구할 수도”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35%는 미국이 우방국에 대해 장기 국채를 초장기 무이표(제로쿠폰) 채권 같은 다른 수단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UBS는 이 같은 응답이 미국의 부채 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응답자 중 29%는 최근 상황에 따라 미국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향후 1년간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25%로 나타났다. 다만 달러의 지위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카스텔리는 “지배적인 통화 체계는 시간이 걸려야 바뀐다”고 말했다.
◇ 금 비중 확대…“제재 우려한 신흥국 중심”
UBS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중앙은행의 52%는 외환보유고에 금을 추가로 편입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 금을 보관해온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제재 리스크를 우려해 자국 내 보유량을 늘리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39%가 금 보유를 국내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BS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도 중앙은행 금 보유 방식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중앙은행은 과거부터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상당량의 금을 보관해 왔다.
◇ 유로화·위안화·암호화폐가 ‘다음 카드’
향후 5년간 미국 달러 외의 자산 중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통화로는 유로화가 꼽혔고 위안화와 암호화폐가 뒤를 이었다. 반면 1년 기준 순추가 편입 의향에서는 위안화가 25%로 가장 높았다. 유로화는 6%에 그쳤다. 캐나다 달러, 파운드, 엔화 등도 일정 비중의 수요가 예상됐다.
카스텔리는 “유럽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며 “그러나 유럽이 개혁에 실패할 경우 이같은 ‘르네상스’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80%는 앞으로도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