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파월 연준 의장에 "즉각 사임하라"…백악관-연준 갈등 고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파월 연준 의장에 "즉각 사임하라"…백악관-연준 갈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대통령 격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하며 중앙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일(이하 현지 시각) 더힐, 악시오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트루스소셜에 전날 글을 올려 파월 의장을 겨냥해 “‘너무 늦었다.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계획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들어 사퇴를 촉구했다.

◇ 연준 본부 공사 계획 두고 "의회 기만" 주장


논란의 발단은 연준이 추진 중인 워싱턴DC 본부 건물 리노베이션 비용과 관련한 의회 증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25억 달러(약 3517억 원)로 알려진 공사 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된 호화 시설들은 과거 계획에 포함돼 있었으나 이미 제외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이사 전용 엘리베이터나 대리석 마감은 원래부터 있던 건물의 기본 유지·보수 항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연방주택금융청(FHFA) 빌 풀트 국장은 “파월이 상원을 기만했다”고 비판하며 의회 차원의 조사와 파월 해임을 요구했다. 풀트는 파월에 대한 공식 수사를 촉구하며 “연준 수장의 발언은 ‘사유에 의한 해임’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를 강하게 대변하며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해온 인사다.

◇ 연준 의장 교체 시사…시장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말에도 “파월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을 이어간 바 있다. 그는 최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려야 할 시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사람을 연준 의장으로 앉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가 파월 후임을 이르면 올가을에 지명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호세 토레스는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인물을 지명하면 기술주나 산업주 등 금리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BCA리서치의 수석 전략가 피터 베레진은 “신임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은 다수결로 이뤄지므로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백악관-연준 갈등 심화…정치와 통화정책 충돌 우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유럽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만약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없었더라면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아직 1년도 넘게 남아있다. 현직 대통령이 중도 해임을 강행하거나 임기 전후로 후임 지명을 시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조치로 향후 법적·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