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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마가 배신’ 논란 휩싸여…극단 지지층의 인내심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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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마가 배신’ 논란 휩싸여…극단 지지층의 인내심 시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인 극우 성향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든 걸 주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 연이어 기존 공약을 철회하거나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내부 반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것.

CNN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열광적 지지층의 신뢰를 시험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9일(현지시각) 분석했다.

◇ 에프스타인·우크라이나·불법이민…마가와 어긋나는 결정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이탈을 우려케 한 대표적인 사안은 제프리 에프스타인 사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아동 성범죄자 에프스타인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최근 미 법무부가 결론을 내린 두 건의 핵심 사건 모두 기존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고객 명단이 책상 위에 있다”고 밝혔지만 미 법무부는 이번 수사에서 ‘고객 명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또 본디 장관은 수만 건의 아동 음란물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내각 회의 중 “아직도 에프스타인을 이야기하냐”며 “그 역겨운 자식 이야기는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입장 선회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철회하고 무기 생산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의 용기는 대단하다”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헛소리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무기 지원 중단을 지지해 온 핵심 MAGA 지지자들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이민 문제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트럼프는 최근 장기 체류 중인 불법 이민자 농장 노동자들을 대규모 추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추방을 기대했던 강경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건 우리가 원했던 트럼프가 아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뉴스맥스 진행자 토드 스타른스는 “이런 식이라면 트럼프에 투표한 이유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 재정지출 확대·이란 공습까지…마가와 간극 심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재정지출 법안을 두고 “위대한 법안”이라고 자찬했지만 이 법안은 국가 채무를 수조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재정 보수주의를 앞세웠던 일론 머스크 전 정부효율부 수장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처음에 약속했던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미국당(America Party)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란 공습 결정 역시 트럼프가 그간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와 비개입주의 노선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마가 인사들이 초반에는 강하게 반발했으나 공습 이후 여론이 바뀌면서 비판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 “무엇을 하든 옳다”…맹목적 충성에도 한계


CNN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프스타인 관련 자료 비공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개, 불법이민자 대거 면제 등은 MAGA 세력이 중시해온 상징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내상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압도적인 공화당 내 지지율을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CNN은 “최근 행보는 그가 MAGA 세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이 계속될 경우 내부 균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