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예고에 '사재기' 열풍…미국-국제 가격차 사상 최대로
단기 변동성 경고하는 '신중론' vs 미래 가치 주목하는 '매수론' 팽팽
단기 변동성 경고하는 '신중론' vs 미래 가치 주목하는 '매수론' 팽팽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코멕스(Comex) 구리 선물은 하루 만에 13%나 치솟아 파운드당 5.69달러까지 오르며 1989년 이후 36년 만의 최고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국제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국제 구리 가격의 기준이 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선물은 관세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소폭 반등해 톤당 9700.50달러 선을 회복했으나, 미국과 국제 시장 간 가격 차이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관세 회피' 사재기…왜곡된 미국 시장
이러한 가격 괴리 현상은 관세 부과를 앞둔 미국 내 업체들의 '사재기'에서 비롯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구리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한다. 맥쿼리(Macquarie)는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미국에 수입된 구리가 881 미터톤으로, 실제 필요량(약 441 미터톤)의 두 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집계된 코멕스 재고(10만7000톤)와 미신고 재고(33만3000톤)를 합쳐 총 44만 톤의 초과 재고가 쌓였으며, 이를 소진하는 데 약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재료'라고 언급했을 만큼 전략상 중요성이 크지만, 미국의 공급망은 취약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미겔 구티에레스는 CNBC에 출연해 "수입 의존은 미국의 취약점이지만, 당장 이를 대체할 생산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BMI의 사브린 초두리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 역시 "미국이 의미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려면 최소 20~30년이 필요하다"라며 "탐사에만 1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 투자 기회일까?…전문가들의 엇갈린 진단
앞으로의 전망을 두고는 투자 전문가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해밀턴 캐피털 파트너스의 알론소 무뇨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단기에는 상당한 변동성 가능성이 있어 구리나 관련 주식 매수를 피할 것"이라며 "행정부가 마음을 바꾸면 가격이 즉시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 발효 이후 재고 소진 과정에서 수입 수요가 급감하며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코어스톤 캐피털의 윌 맥도너 CEO는 구리가 '저평가된 자산'이라며 강한 투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전기차, 반도체, AI, 전력망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인 구리의 가치를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은 중국 등 비우호적인 세력들이 구리 공급을 비축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현재의 가격 급등이 공급 집중 현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낙관론자들 역시 관세 발표에 따른 단기 과열을 인정하며, 가격 조정 구간에서 분할 매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가격차 축소될까…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관세에 따른 미국과 국제 시장의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미국 내 재고 소진 속도와 주요 수출국인 칠레, 캐나다 등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점차 축소될 수 있다. 씨티 투자 리서치는 LME 구리 가격이 3개월 내 톤당 8,800달러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구리 관련주(광산, 가공, 전선 등)는 단기에는 관세 덕을 볼 수 있으나, 앞으로 관세 효과가 소진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