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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직격탄에 中 의류 제조업체 '허 찔렸다'…미국 시장 '전격 철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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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직격탄에 中 의류 제조업체 '허 찔렸다'…미국 시장 '전격 철수' 조짐

對美 의류 수출 5월 52% 급감, 수십 년래 최저…패션 기업들, 추가 감축 계획 '가시화'
"베트남 등 경유 전략도 막혔다" 토로… 유럽 등 대체 시장 노리지만 '경쟁 불리' 우려
2025년 4월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의 한 의류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4월 1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의 한 의류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중국 의류 제조업체들을 '허를 찔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 남부 도시 둥관에 본사를 둔 요가 의류 수출업체 장 씨는 올해 초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된 이후 일련의 고통스러운 좌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국 관세는 이전 관세보다 더 큰 타격을 입혔다. 정말 우리 허를 찔렀다"고 익명을 요구하며 토로했다.

장 씨의 사업은 무역 전쟁의 초기 단계를 베트남을 경유한 선적과 중국의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특히 소형 패키지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 덕분에 미국으로 상품을 무관세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장 씨는 "우리가 입지를 다지고 수익을 두 배로 늘리는 궤도에 오르고 있을 때, 트럼프의 관세가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평균 약 42%까지 인상했을 뿐만 아니라, '관세 면제' 조항을 폐지하고 베트남과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환적(transhipment)'을 단속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 씨의 사업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의 단골 미국 고객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주문을 보류하면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지방 정부는 국내 판매에 집중하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 규모는 미국보다 훨씬 작다"며 "내가 만든 플러스 사이즈 의류 중 많은 부분이 팔리지 않은 채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국의 방대한 의류 산업 전반에서도 비슷한 고통이 확산되고 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 패션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노출을 급격히 줄이게 됨에 따라 중국 의류 제조업체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델라웨어 대학 패션 및 의류학과의 루 셩(Lu Sheng)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중국 의류 수입 가치는 1년 전보다 52% 급락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미국 최대 의류 공급업체였지만, 5월에는 미국 의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로 떨어져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루 교수의 연구는 미국과 중국이 5월 중순에 일부 관세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대부분의 주요 미국 패션 기업들은 완전히 해외로 나가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중국 노출'을 더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 25개 주요 미국 패션 회사들의 최근 실적 발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루 교수는 많은 회사들이 올해 말까지 중국산 의류 소싱을 "낮은 한 자릿수"로 줄일 계획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으로부터의 소싱이 높은 지정학적 및 무역 정책 위험을 수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중 관계의 향후 궤적은 여전히 심각한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대 중국 의류 수입 가치는 5월에 2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여 전월 7억9600만 달러에서 5억56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중국섬유수출입상공회의소(CCCT)는 중국의 대미 의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나, 이는 미국 측 데이터보다 덜 극적인 감소세다.

미국 주문량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한 중국 수출업체들은 유럽과 다른 대체 시장으로 눈을 돌려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CCT에 따르면 5월 중국의 대유럽연합(EU) 의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상공회의소는 "유럽 시장은 안정적인 소비자 수요, 중국과 EU 간의 탄력적인 공급망, 높은 수준의 물류 및 무역 촉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요가 의류 수출업체인 장 씨는 앞으로 유럽과 중동 시장에 판매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루 교수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경쟁국들이 자유무역협정이나 최빈개도국을 위한 EU의 '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Everything But Arms)' 이니셔티브를 통해 유럽연합 시장에 우선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생산업체들이 유럽에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경고했다.

루 교수는 또한 "유럽연합 정책 입안자들이 트럼프의 관세가 무역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상당한 양의 중국산 의류가 유럽연합 시장에 넘쳐날 경우 새로운 무역 제한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여, 중국 의류 제조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도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