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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산 갈마 관광특구'에 첫 러시아 관광객 맞아…인권단체 “강제노역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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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산 갈마 관광특구'에 첫 러시아 관광객 맞아…인권단체 “강제노역 의혹”

지난 6월 24일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 기념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딸 김주애가 해변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조선중앙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24일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 기념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딸 김주애가 해변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첫 외국인 관광객으로 러시아인들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광지는 지난달 김 위원장이 "세계적 수준의 관광·문화 중심지"라고 치켜세운 바 있으며 북한 당국은 이를 통해 경제 회생과 대러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가 자체 검증 플랫폼 ‘BBC 베리파이’를 통해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관광지구는 지난 2018년 착공 이후 1년 반 만에 80% 이상이 완공됐고 이후 블라디므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회동한 뒤 공사가 재개된 것으로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됐다.

◇ “관광 특구는 북·러 밀착의 상징”…중국은 아직 잠잠

원산 갈마 지구는 김 위원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 원산 일대에 조성된 복합 리조트 단지로 해변을 따라 43개 호텔과 인공호수, 캠핑장, 워터파크, 극장,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스페인의 ‘벤리도름’ 해변 휴양지를 벤치마킹하라며 고위급 건축사와 정치인을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가 입수한 북한 관광청 내부 계획안에 따르면 초기 목표는 연간 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였으며 이 중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BBC가 조사한 중국 내 여행사들 중에서는 이 지구를 광고하는 곳이 없었고 러시아에서는 3곳이 패키지를 판매 중이며 이 중 한 곳은 지난 7일 러시아 관광객 1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1인당 여행 경비는 약 1800달러(약 245만원)로 러시아 평균 월급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 “목숨 걸고 지어야 하는 충성 공사”…유엔도 문제 제기


이같은 대규모 개발을 둘러싸고 국제사회는 인권 침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제임스 히넌 서울사무소장은 “이 리조트가 ‘청년돌격대’를 동원해 건설됐다는 보고가 있으며 완공 직전에는 하루 24시간 교대 작업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다.

BBC가 인터뷰한 북한 출신 탈북자 조충희 씨는 “목숨을 잃더라도 반드시 완공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여성 노동자들이 굶고 무리해 생리까지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청년돌격대는 북한에서 대형 건설이나 국가적 과업을 수행할 때 조직되는 청년 중심의 집단노동 조직으로 정식 명칭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돌격대’, ‘김일성–김정일 청년돌격대’ 등으로 불린다. 주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년층이 자원 또는 동원되는데 과도한 노동 강도와 열악한 보상,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또 다른 탈북자 강규리 씨는 2023년 한국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원산에 거주했으며 “내 사촌이 평양 입성을 꿈꾸며 자원했지만 거의 잠도 못 자고 먹을 것도 부족했다”며 “추락사 같은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위치에 있는 마을은 강제로 철거하고 고층건물을 세운다”며 “보상도 없고 아무리 억울해도 항의조차 못 한다”고 증언했다.

◇ 북한 관광 개방?…실상은 통제 강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최근 수년간 외국인 관광을 사실상 차단해왔으며 제한적인 단체 관광만 허용해왔다. 이번 러시아 관광객 유치는 북한이 경제 회생과 대외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다시 관광업에 관심을 보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외 관광객 입장에서도 서비스 수준, 여행의 자유, 정보 통제 등 여러 제한 요소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관광은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끌기 어렵다”며 “러시아인들은 튀르키예, 베트남, 이집트처럼 더 저렴하고 서비스 수준 높은 지역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