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지리 등 기술개발 가속…부품 국산화·개발 속도는 "위협적"
"특정 조건서만 나오는 숫자"…실제 연비·내구성 검증 안 돼 '신뢰도'엔 물음표
"특정 조건서만 나오는 숫자"…실제 연비·내구성 검증 안 돼 '신뢰도'엔 물음표

일본 업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의문은 중국이 발표하는 '경이적인 열효율' 수치 그 자체다. BYD와 지리 등은 최고 열효율 46~46.5%에 대해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공인까지 받았다고 홍보하지만, 일본 업계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일본계 하이브리드차(HEV) 개발자는 "중국 업체가 발표하는 지나치게 높은 열효율에는 의문을 품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열효율 측정 방식이 일본과 다르다고 지적하며, 중국 업체들이 "'좋은 숫자를 얻기 위해 측정 방식을 꾸며내는' 느낌"이라고 촌평했다. 특정 조건에서는 해당 수치가 나올 수 있겠지만, 실제 주행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강건성(robustness)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숫자 자체는 틀리지 않을 수 있으나, 실제 도로를 달릴 때 그 성능이 나올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일부 실측 실험에서는 제조사 발표치보다 효율이 30% 넘게 낮게 나온 결과도 있다.
마쓰다의 모로 마사히로 사장 역시 "열효율에 대한 생각이 마쓰다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산 엔진의 다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시스템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특정 영역에서만 '정점 운전'을 하도록 설계된다. 반면 마쓰다의 차세대 엔진 '스카이액티브-Z'는 모든 운전 영역에서 고른 효율을 추구하기에 개발이 훨씬 더 어렵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전 영역에서의 열효율 향상이라면 중국 기업들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日 "과거와 다르다"…기술·생태계 급성장 '인정'
숫자에 대한 의구심과 별개로, 중국 엔진 기술과 부품의 품질 및 내구성을 포함한 개발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본이나 한국, 유럽 등 경쟁국 주력 엔진의 열효율이 41~4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으로는 분명 앞서는 것이다. 닛산자동차 중국법인 담당자는 "과거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중국 업체들이 엔진 개발에 진심이고, 부품 공급업체들의 성장도 눈부시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내구성이 중요한 오일펌프, 워터펌프 등 핵심 부품을 대부분 일본산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중국 업체들도 비슷한 성능의 부품을 더 저렴하게 생산한다는 것이다.
토요타자동차 중국법인 담당자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기술력이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라고 인정했다. 중국에서 신에너지차(NEV), 특히 PHEV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엔진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의 충전 기반시설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PHEV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현상과 맞물린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느냐'이다"라며 중국 시장의 속도 경쟁을 강조했다.

◇ '중국식 속도전'에 맞춘 생존 전략
빠르게 변하는 중국 시장과 기술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 토요타는 "개발 책임자를 중국인으로 임명해 중국 수요에 맞는 전용차를 투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야디(BYD)와 'bZ3', 'bZ5'를 함께 만들며 배운 중국의 빠른 개발 속도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혼다 중국법인 담당자는 "중국 시장은 특수해 한 회사가 단독으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혼다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소프트웨어는 중국 스타트업 모멘타 제품으로, 배터리는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바꾸는 등 적극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렉서스 개발자는 "엔진의 성능 수치 경쟁이 되면 중국 경쟁사들의 존재감이 크다"면서도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과 안심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토요타 역시 "일본차 특유의 고품질과 안전·안심은 지켜나가고 싶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결국 중국 엔진 기술력의 진정한 평가는 실험실의 최고 수치가 아닌, 다양한 실제 주행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내구성으로 판가름 날 것이며, 세계 시장의 신뢰 확보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