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中 흑연 음극재에 '93.5% 관세폭탄'…美 전기차 공급망 충격 불가피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中 흑연 음극재에 '93.5% 관세폭탄'…美 전기차 공급망 충격 불가피

지난 2022년 8월 스웨덴 북부 노르보텐 지역에 위치한 탈가 그룹의 니스카 트라이얼 흑연 광산에서 작업자가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8월 스웨덴 북부 노르보텐 지역에 위치한 탈가 그룹의 니스카 트라이얼 흑연 광산에서 작업자가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산 흑연 음극재에 93.5%의 예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전기차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배터리 가격 상승 불가피…소비자 부담 확대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료로 통상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미만이다.
그러나 전체 배터리 비용 자체가 수천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흑연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면 차량 한 대당 1000달러(약 139만원) 이상이 추가로 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파나소닉은 “흑연 가격이 상승하면 배터리 제조단가에 직접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으며 테슬라 역시 행정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미국 공급업체와의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양산에 필요한 품질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4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 美 배터리 투자에도 역풍…中 견제 속 업계 이중고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곳은 미국 내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설립 중인 기업들이다. 캔자스주 드소토에서 4000명을 고용해 배터리 셀을 생산 중인 파나소닉, 테네시와 미시간 등에서 생산 거점을 둔 LG에너지솔루션, 그리고 미국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모두 주요 배터리 원료로 중국산 흑연을 활용해 왔다.

이들 기업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연방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대했지만 최근 공화당 중심으로 보조금 삭감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축소, 여기에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12월 최종 결정 주목…미·중 배터리 공급망 전면 충돌 우려


이번 조치는 아직 예비판정이지만 기업들은 즉시 관세를 납부해야 하며 오는 12월 5일로 예정된 최종 판정 결과에 따라 환급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최종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유사한 소재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통상분쟁을 넘어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본격적인 소재전쟁에 돌입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극재 외에도 양극재, 전해질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5월에도 중국산 흑연에 대해 평균 6.55%의 보조금성 상계관세를 예비 부과한 바 있으며 후저우 카이진 신에너지기술과 상하이 샤오셩 등 일부 기업에는 700%대의 초고율이 적용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