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네옴시티 심장 '더 라인', 170km 계획이 2.4km로…'비전 2030' 대수술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네옴시티 심장 '더 라인', 170km 계획이 2.4km로…'비전 2030' 대수술

천문학적 비용·기술 난제에 발목…2030년 완공 목표 98% 축소
국부펀드, 타당성 재검토 착수…사업 축소·구조조정 뒤따를 듯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신도시의 핵심 프로젝트인 '더 라인'의 조감도. 사우디 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문제에 부딪혀 170km에 달하던 당초 계획을 2.4km로 대폭 축소하는 등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사진=NEOM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신도시의 핵심 프로젝트인 '더 라인'의 조감도. 사우디 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문제에 부딪혀 170km에 달하던 당초 계획을 2.4km로 대폭 축소하는 등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사진=NEOM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던 5000억 달러(약 696조 원) 규모의 초대형 미래 도시 '더 라인(The Line)'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가 사업의 비용과 실현 가능성을 원점에서 다시 살피기로 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 다각화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동력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는 최근 여러 자문 회사와 계약하고 네옴(Neom) 시티의 핵심 사업인 '더 라인'의 전략을 포괄적으로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네옴 측은 "장기 대규모 사업에서 전략 점검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절차로 보지 않는다. 이번 조치가 공공 재정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나왔기 때문이다.

'더 라인'은 사우디 북서부 사막을 가로지르는 170km 길이의 선형 도시다. 마주 보는 500m 이상 높이의 초고층 유리 빌딩 두 동 사이에 첨단 도시를 만드는 초대형 사업으로, 최종적으로 900만 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산업 중심으로 국가 체질을 바꾸려고 내놓은 '비전 2030'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다.

◇ '170km 선형 도시'의 꿈,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더 라인'을 포함한 네옴 시티 전체 건설 비용은 최대 1조5000억 달러(약 209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무엇보다 초고속 철도 같은 핵심 기반 시설이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해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꾸준히 일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여러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의 단기 목표를 크게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150만 명 수용을 목표로 했던 계획은 24만~30만 명 규모로 줄었고, 건설 구간 역시 전체 170km 가운데 2.4km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론 사우디 정부와 네옴 측은 더 라인이 여전히 전략상 우선순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혹독한 현실의 벽 앞에서 사업의 속도와 규모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의 팀 캘런 방문 연구원은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재검토가 "기술 타당성, 자금 조달 능력, 경제적 파급 효과를 면밀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가가 내린 점을 지적하며 "많은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래 구상보다 규모는 줄고 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 "기대치 관리 실패"…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사업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났다. 사우디 내에서는 네옴 사업을 둘러싼 '예스맨'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고용주의 환심을 사려고 자문가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적인 전망과 비용-수익 예측을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상공회의소의 타리크 솔로몬 명예회장은 "지도력 차원에서 기대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장 현실에 맞춰야 하고, 무엇보다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관련 건축 및 자문 회사들이 더 큰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검토와 함께 네옴 전체의 구조조정(인력 감축)도 뒤따를 전망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한 자문가는 언론 비공개를 전제로 "마침내 그들이 재정적으로 건전한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며 현재 상황이 불가피한 절차라고 말했다.

현재 '더 라인' 터에서는 콘크리트 작업, 크레인, 파일 드라이버 등을 동원해 공사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 완전히 폐기되기보다는 더 현실적인 규모와 속도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꿈의 도시를 향한 사우디의 도전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