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EU, 코닝의 '유리 장벽' 허물다…애플은 면책,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로

글로벌이코노믹

EU, 코닝의 '유리 장벽' 허물다…애플은 면책,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로

독점·최소구매 조항 철퇴…제조사들, 9년간 '코닝 의존' 족쇄 벗어
'자체 레시피' 쓴 애플 맞춤 유리는 예외…코닝과 핵심 협력 관계 이상 무
유럽연합(EU)이 세계적인 스마트폰 유리 제조사 코닝의 독점 공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조치로 삼성, 구글 등 주요 제조사들은 9년간 이어진 '코닝 의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부품 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애플에 공급되는 맞춤형 유리는 '자체 레시피'를 근거로 예외가 인정돼, 애플과 코닝의 협력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세계적인 스마트폰 유리 제조사 코닝의 독점 공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조치로 삼성, 구글 등 주요 제조사들은 9년간 이어진 '코닝 의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부품 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애플에 공급되는 맞춤형 유리는 '자체 레시피'를 근거로 예외가 인정돼, 애플과 코닝의 협력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세계적인 유리 제조사 코닝의 스마트폰 유리 독점 공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19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코닝은 EU의 반독점 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의 독점 공급과 최소 구매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주요 고객사인 애플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 기존 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코닝은 거액의 과징금을 피하는 한편, 스마트폰 강화유리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코닝이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에 쓰는 알칼리-알루미노실리케이트 유리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강요해 경쟁을 해친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EU는 특정 제조사에만 부품을 공급하는 독점 계약과 최소 구매를 강제하는 조항을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핵심 불공정 행위로 꼽았다.

◇ 과징금 피하려…스스로 독점 조항 모두 없애

이에 코닝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피하고자 스스로 시정 조치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코닝은 기존에 OEM(완성제품 제조사)과 가공업체와 맺었던 계약에서 독점 조항과 최소 구매 의무를 없앤다. 또한 전 세계 제조사를 대상으로 유리 주문량의 50%를 웃돌게 코닝에 발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대량 구매와 묶은 할인 혜택도 금지한다. 아울러 앞으로 특허 분쟁이 일어나면 계약 위반을 근거로 소송하지 않고 오직 특허 침해 여부로만 다투기로 했다. 이 합의는 앞으로 9년 동안 유효하며, 독립 감시인이 이행 여부를 감독한다.
이번 EU 결정의 핵심은 애플의 면책이다. EU는 애플에 공급하는 유리 부품이 '애플의 자체 조리법(레시피)으로 개발해 오직 애플만 쓰는 특수 조성의 맞춤형 유리'라고 판단해 이번 조사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에 쓰는 '세라믹 실드(Ceramic Shield)' 소재 같은 특수 부품 공급 계약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애플은 코닝과의 핵심 협력 관계를 그대로 이어간다.

◇ 삼성·구글 등 선택지 넓어져…시장 지각 변동 예고

EU는 과징금 부과 없이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정책 목표를 이뤘다. 코닝은 막대한 벌금을 피하며 사업 불확실성을 덜었고, 애플은 안정된 부품 공급망을 지켰다. 한편 삼성, 소니, 구글, HP, 델, 노키아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공급사 선택의 폭이 넓어져 가격 협상력과 제품 다변화 가능성을 확보했다. EU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 선택권, 가격 경쟁력, 품질 혁신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앞으로 스마트폰 강화유리 시장의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