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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고 신용등급 AAA, 11개국에 불과’...美도 추락한 경제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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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고 신용등급 AAA, 11개국에 불과’...美도 추락한 경제 대격변

뉴욕대 다모다란 교수 "국가 위험 평가 4대 요소로 투자 리스크 분석해야"
무디스 기준 최고등급(Aaa)을 받은 국가는 2025년 현재 11개국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 15개국에서 4개국이나 줄어든 수치다. 호주, 캐나다, 덴마크,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무디스 기준 최고등급(Aaa)을 받은 국가는 2025년 현재 11개국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 15개국에서 4개국이나 줄어든 수치다. 호주, 캐나다, 덴마크,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국가 위험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아스와스 다모다란 교수는 지난 1(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국가 위험: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다모다란 교수에 따르면 무디스 기준 최고등급(Aaa)을 받은 국가는 2025년 현재 11개국에 불과하다. 이는 10년 전 15개국에서 4개국이나 줄어든 수치다. 호주, 캐나다, 덴마크,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뉴질랜드가 포함된다.

AAA 등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극히 낮은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등급을 받은 국가들은 낮은 차입비용으로 국채 발행 가능, 강한 투자자 신뢰 확보, 경제적 충격에 대한 높은 회복력 보유, 건전한 재정운영과 정치적 안정성 유지 등을 평가받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정을 받는다.

같은 기간 영국과 프랑스가 최고등급에서 탈락했으며, 미국 역시 지난 5월 무디스로부터 Aaa에서 Aa1로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2011, 피치는 2023년 각각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 국가 위험 평가의 4대 핵심 요소

다모다란 교수는 국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단순한 채무불이행 위험을 넘어 4가지 핵심 요소를 종합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정치구조로,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가 각각 다른 형태의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세계 상당 부분이 권위주의 통치 하에 있으며 지난 10년간 이런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다모다란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새로 선출된 정부가 이전 정부가 채택한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수정, 폐기할 수 있어 기업이 정책의 지속적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면서 "반면 권위주의 정부는 장기간 정책 연속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정부 변화는 드물어도 기업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고통스러운 정책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폭력 노출도다. 경제평화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s and Peace)2024년 측정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주변국 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중동과 중앙아프리카가 지속해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북유럽, 호주, 캐나다가 폭력에 가장 적게 노출된 지역으로 평가됐다.

셋째는 부패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올해 7월 기준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와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고 점수를 기록한 반면, 소말리아와 남수단이 최하위를 차지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부패는 기업에게 암묵의 세금으로 작용해 이익, 현금흐름, 가치를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넷째는 법률시스템의 질이다. 재산권동맹(IPRI)2024년 최신 순위에 따르면, 계약 이행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국가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다모다란 교수는 "정의가 수년 또는 수십 년 지연되는 법률시스템은 변덕스럽고 편향된 시스템만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시장 기반 위험 측정 도구의 활용

전통적인 주권등급 외에도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보다 즉각적인 위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20256월 말 현재 약 80개국에서 주권 CDS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신용등급보다 현장 상황을 즉시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모다란 교수는 30여 년간 사용해온 자신만의 국가별 주식위험프리미엄 계산법을 통해 투자 위험을 수치화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S&P 500의 예상수익률 8.45%에서 미국 달러 무위험금리 3.97%를 차감한 미국의 내재 주식위험프리미엄은 4.48%로 산출됐다. 미국 등급 하향 조정의 영향으로 현재 미국은 북유럽, 호주, 캐나다의 Aaa 등급 국가들보다 높은 주식위험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다.

다모다란 교수는 "국가 위험 평가에서 채무불이행 위험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정치 위험이 있지만 채무불이행 위험은 크지 않은 중동 일부 국가들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용평가기관들이 현장 사건에 대한 반응이 느려 등급 변동이 실제 위험 변화보다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무디스가 2025년 현재 평가하는 국가 수는 143개국으로 198513개국에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Aaa 등급 국가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신용 환경의 악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한국은 현재 무디스 기준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상위권에 속하지만, 최고등급은 아니다. 한국은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S&P2025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향후 3-5년간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들보다 높은 평균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