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닛폰스틸·JSW·블루스코프 '프로젝트 웰링턴' 결성...수소철강 시대 포문

이 프로젝트는 내부에서 '프로젝트 웰링턴'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며,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글로벌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이끌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 24억 달러 정부 구제금융과 관리체제
와일라 제철소는 올해 2월 영국계 기업인 산지브 굽타의 GFG 얼라이언스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호주 연방정부와 남호주 정부로부터 24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받았다. 남호주 정부는 "GFG 얼라이언스의 지속적인 운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발표하며, 코다멘타를 관리자로 임명했다.
구제금융 패키지에는 연방정부와 남호주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19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의 변환 자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와일라 제철소를 상업적으로 지속가능한 저탄소 철강 생산시설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23일에는 추가로 2억 7500만 달러(약 3825억 원)의 운영 자금이 지원되어 매각 과정이 끝날 때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 저탄소 철강 허브로의 전환 추진
와일라 제철소는 직접환원철(DRI)과 열간성형철(HBI) 기술을 활용한 수소 기반 철강 생산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DRI-HBI 공정은 기존 용광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50% 줄일 수 있으며, 남호주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결합하면 추가로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가 이러한 DRI-HBI 기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BI는 기존 고철보다 품질이 좋고 장거리 운송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프리미엄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JSW 스틸과 인도 오디샤 지역에 해마다 500만t 규모의 통합 제철소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으며, 이는 총 77억 달러(약 10조7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 포함된다. 이러한 파트너십이 와일라 제철소 인수 컨소시엄 구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정식 매각 절차가 시작된 뒤 전세계 33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으며, 이 중 60%가 해외 업체로 확인됐다. 블루스코프는 관리 기간 동안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아 유력한 인수 후보로 평가받고 있으며, 최종 입찰에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리자 코다멘타와 매각 자문사 333 캐피털이 주도하는 매각 과정에서 지난달 1일 1차 입찰 마감이 이뤄졌으며, 현재 선별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2차 협상이 진행 중이다. 호주 정부는 "선호하는 입찰자는 없다"며 모든 믿을 만한 입찰자들과 적절한 시점에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라 제철소는 호주 구조용 강재의 75%를 생산하는 전략 자산으로, 호주의 인프라 건설과 국방 역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정부 인센티브 때문에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호주 정부는 주권적 철강 생산능력 유지를 위한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