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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관계 개선 속 대만 공무원 '원폭 기념식' 참석… '외교적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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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관계 개선 속 대만 공무원 '원폭 기념식' 참석… '외교적 시험대'

日, 대만과 비공식 유대 강화… 中, 관계 개선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고'만
히로시마·나가사키 기념식에 대만 고위 관계자 참석, 中 압력에도 '물밑 외교' 지속
2025년 8월 9일, 일본 남서부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도시 폭격 8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8월 9일, 일본 남서부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도시 폭격 8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던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지난 8월 9일 대만 공무원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기념식 참석으로 인해 시험대에 올랐다고 10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대만과 일본의 비공식적 관계 강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관계 개선 흐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폭 투하 기념식에는 대만 주일 대표부장인 이이양(Lee Yi-yang)이 참석했다. 대만 관리가 이러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제 비정부기구 대표들과 함께 앉았으며, 이는 중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이양 대표는 대만이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이양 대표의 참석은 린치룽(Lin Chirong) 대만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해 친대만 성향 의원들을 만난 지 2주 만에 이루어졌다. 이는 대만이 도쿄와의 비공식적 유대를 강화하고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어두운 시각을 가질 것이지만, 중국과 일본 모두 관계 개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장일룬(Zhang Yilun) 중국-미국 연구소 연구원은 "대만이 공식적인 '레드라인'을 위반하지 않고 더 큰 국제적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대만이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과의 관계를 시급히 강화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행사에서 이이양 대표가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 대사와 악수를 한 것은 "베이징을 흔들었을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푸단 대학교 일본학센터 왕광타오(Wang Guangtao) 부교수는 베이징이 대만의 추모식 참여를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변동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일본에 유익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시바는 이데올로기 중심의 지도자나 친대만 정치인이 아니다. 그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일본의 국익에 근거한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외국어대학교의 리안 더구이(Lian Degui) 교수는 이이양 대표의 참석이 중일 관계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인 "타이베이와 도쿄의 결탁"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보며, "중일 관계는 올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중국은 더 나은 관계와 경제 협력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일본과의 마찰을 고조시키는 것이 국익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행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긴장 등 대내외적 압력을 받고 있어, 중국과의 마찰을 고조할 전략적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