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 광산 실증사업·TRISO 연료 기술 주목…지역 반발과 연료 공급 한계도

에너지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난 해소를 위해 이 같은 소형화를 바탕으로 전국에 수백 개의 소형 발전소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치와 운송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과 방사능폐기물 처리,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마이크로리액터는 1메가와트(M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원자로와 비교하면 약 1000분의 1 크기로 1000가구나 단일 공장, 외딴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냉각방식은 기존의 물 대신 헬륨가스, 용융염, 공랭식 알칼리금속 파이프를 사용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대형 냉각장치나 넓은 부지가 필요 없다.
이 원자로는 미국 에너지부가 ‘멜트다운 방지’로 평가한 ‘TRISO 연료’를 사용한다. 직경 수백 마이크로미터의 우라늄 펠릿을 다양한 세라믹층으로 감싸 화재나 지진에도 방사성 물질이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설계한 연료다. 원자로 코어는 5년마다 교체하고, 사용한 연료는 고객 부지나 원자로 제조사가 운영하는 저장소 등으로 옮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 같은 소형 원자로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사고 위험이 적다고 보고, 최근 시험과 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는 2026~2027년 여러 업체의 마이크로리액터 실증을 진행하며, 성공할 경우 2028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래디언트(Radiant),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BWXT 등 최소 5개 업체가 시제품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수백 개 원자로를 배치하는 구상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와 지역 주민들은 안전성과 방사능 누출, 핵폐기물 관리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의 에드 라이먼 원자력안전 담당은 “트럭으로 전국 각지에 원자로를 운송해 산업시설이나 데이터센터 주변에 설치하는 계획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처리할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핵폐기물이 현장에 장기간 보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마이크로리액터에 쓰이는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연료도 미국 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기업들이 신규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대형 원전은 설치 비용과 공사 지연이 대표적인 문제다. 미국 내 상업용 원전은 과거 예산이 200억 달러(약 27조8000억 원)를 넘고 완공이 평균 7년가량 늦어진 사례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모듈화된 마이크로리액터를 통해 설치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BWXT의 에릭 니가르드 제품개발 이사는 “머리핀 크기의 작은 구조물로도 원자로 코어를 안전하게 감싸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TRISO 연료가 원자로 고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극한 온도 환경을 실제로 견딘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는 상업용뿐 아니라 군사와 우주 산업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상업용으로 사용하려면 방사능폐기물 처리, 안정적인 연료 공급망 확보, 지역 주민 수용성 보장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