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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예인선 침몰, 북한 5000t 구축함 전복에 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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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예인선 침몰, 북한 5000t 구축함 전복에 뒤이어

러시아·북한 신형 함정 잇단 '진수 참사'…해군 키우기 무리수 드러나
8월 발트해서 장비 무게 못 견뎌 침몰, 5월 청진서도 썰매 고장으로 전복
러시아 신형 예인선이 지난 8일 발트해 조선소에서 장비를 너무 많이 실어 뒤집혀 가라앉았다. 사진=메트로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신형 예인선이 지난 8일 발트해 조선소에서 장비를 너무 많이 실어 뒤집혀 가라앉았다. 사진=메트로
러시아와 북한에서 해군력 과시를 위한 신형 함정들이 진수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양국의 해군 현대화 무리한 속도전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지난 11(현지시각) 메트로 등 서방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신형 예인선이 지난 8일 발트해 조선소에서 장비를 너무 많이 실어 뒤집혀 가라앉았으며, 북한에서도 지난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본 구축함 진수식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 러시아 신형 예인선, 장비 과적재로 수시간 만에 침몰

메트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 전력 보강용으로 건조된 70m급 예인선 '카피탄 우샤코프(Kapitan Ushakov)'호가 지난 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발틱 조선소에서 최종 장비 설치 작업 중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해 수시간 만에 완전히 전복됐다.
이 예인선은 20226월 물에 띄운 신형 함정으로, 큰 배를 끌어주고 불을 끄며 수색구조 임무를 맡을 예정이었다. 러시아 당국은 첫 조사 결과 기계실에 물이 들어오면서 시작한 사고로 파악하며, 건조 안전 규정을 어겼을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USC 발틱 조선소 쪽은 "사고 선박 작업은 야로슬라블 조선소 관계자들이 맡았으며, 이들이 정박지를 빌려 작업했다"고 밝혔다. 현재 23470형 예인선은 모두 4척을 쓰고 있으며, 2척은 흑해함대에, 1척은 태평양함대에 배치했다.

◇ 북한 구축함도 김정은 참관 진수식서 전복 참사


한에서도 지난 521일 함경북도 청진조선소에서 조선인민군 해군 최현급 구축함 2번함 '강건호'가 진수식 도중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22"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해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발생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격분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6월 전원회의 전까지 무조건 완전 복구할 것을 지시했으며, 홍길호 청진조선소 지배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해당 구축함은 5000t급으로 지난 4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된 최현호와 동급 함정이다. 북한이 '능동레이더와 함정 발사 미사일 첨단 장비를 갖춘 최신 함정'이라고 선전해온 해군력 증강의 핵심 전력이다.

◇ 전문가들 "무리한 속도전이 기술적 리스크 키워"


보도에 따르면, 한양대학교 문근식 교수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북한이 이번 사고를 공개한 이유는 해군력 키우기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궁극적으로 더 큰 해군을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서 "북한 작업자들이 함정을 물에 띄우는 과정을 서둘렀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양국의 연쇄 사고는 해군 현대화를 위한 무리한 속도전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해군력 과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며, 북한 역시 김정은 체제 들어 해군력 현대화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성과 위주의 속도전이 기술적 안전성을 간과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청진조선소는 1990년대 초반까지 14000t급 화물선을 다수 진수한 전력이 있으나, 소련 붕괴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장기간 중대형 선박 건조 경험이 단절된 상태에서 대형 군함 건조를 맡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경우 22일 만인 612일 재진수에 성공하면서 김정은이 제시한 기한 내 복구 목표를 달성했으나, 해수 침수에 따른 전력·동력 계통 손상으로 실제 전력화 일정은 크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