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에너지 주식 투자 섹터에서 대대적인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그린이 11일(현지시각)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석유, 풍력, 태양광, 전기 자동차(EV) 업종의 주식 전문 헤지 펀드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올해 6월까지 평균적으로 석유 주식을 가장 많이 숏 포지션으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그린은 대체 투자 데이터 전문업체 헤이즐트리의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집계했는데, 이에 따르면 에너지 주식 투자 전략에 변화를 모색하는 헤지펀드는 약 700개에 달하며 이들의 총 운용 자산은 약 7000억 달러로 업계 전체의 약 15%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동안 헤지펀드는 태양광 관련 주식의 매도 포지션을 청산했으며, 풍력 관련 주식에는 매수 포지션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헤지 펀드는 석유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온 만큼 전략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트라이베카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드 워렌은 “일부 청정 에너지 관련 종목에서 바닥을 찍는 조짐이 보인다”라며 “석유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 균형에 대한 일정한 우려가 발생한 시기와 겹친다”고 분석했다.
트라이베카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부터 S&P 글로벌 오일 지수 구성 종목을 매도 초과한 헤지펀드는 매수 초과한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고 밝혔다. 반면 2021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45개월 동안 매도 초과가 매수 초과를 초과한 기간은 8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의 일부 국가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늘린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런던 헤지펀드 트리움 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 마레스는 석유 산업에 있어 공급량 증가는 “역사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명확해지고 있는 데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석유 재고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석유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카메트 캐피털 파트너스 케리 고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모든 분야가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 때 석유를 누가 살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헤지펀드 토르 트리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이자 CIO인 리사 오데트는 “원유 가격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특히 2026년에는 그 현상이 더 심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태양열 및 풍력 관련 주식 전망은 확실히 개선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 구성 종목의 평균매도 비율은 지난 6월에 3%로 하락했다. 이는 환경 관련 종목이 2021년 4월 최고치 근처에 있었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윈드 에너지 ETF의 구성 종목을 매수 초과로 유지하는 펀드 수는 2월에 2년 반 만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는 매수 초과 수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수 초과가 매도 초과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태다.
일부 헤지펀드 운용자들은 인공지능(AI)이 에너지 수요의 급증을 유발, 재생에너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셀우드 자산 관리 주식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카림 무사렘은 “시장은 AI가 인생에서 목격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라며 “AI로 인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큰 역할을 해야 하며, 가장 빨리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NEF (BNEF)는 지난 7월 2035년까지 필요한 발전 용량의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을 재생 가능 에너지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