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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국, '우크라이나 영토 교환' 평화안 제시…동맹국과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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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미국, '우크라이나 영토 교환' 평화안 제시…동맹국과 파열음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회복은 현실성 없어"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 불가"…유럽 "국경선, 힘으로 바꿔선 안 돼"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지도는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지역과 가장 활발한 전선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ISW이미지 확대보기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지도는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하고 있는 지역과 가장 활발한 전선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ISW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고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영토 교환' 평화 구상을 내놓아 국제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고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영토 포기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유럽 주요국들도 우크라이나의 주권 없이는 평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발표하며 "일부 영토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직접 말해 이 같은 구상을 공식화했다. CBS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이 구상하는 협상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와 크림반도를 차지하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현재 부분 점령한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철수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구상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회복이 현실성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성 없는 목표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환상 같은 목표를 쫓는 것은 전쟁을 길게 끌고 더 큰 고통을 낳을 뿐"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전 수복을 지지했던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 미·러 주도 평화 구상에…우크라·유럽 "주권 양보 못 해"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점령군에게 우리 땅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안을 일축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또한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우크라이나 없이는 결정할 수 없다"면서 "국제 국경을 힘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현재의 접촉선이 협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의 일방적 구상에 사실상 반대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 돈바스·남부 점령지, 자원·전략 요충지…포기 못 할 땅


현재 러시아는 2014년 불법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2022년 2월 전면 침공 뒤,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 4개 주를 추가로 불법 병합했으나 어느 곳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특히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전략상 중요한 '육상 연결 통로(land bridge)'를 마련하고자 남부 해안 지역 통제에 힘을 쏟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안한 영토 교환이 현실화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주요 공업지대가 몰린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잃을 뿐 아니라, 이 점령지에 묻힌 막대한 양의 리튬, 석탄, 가스 같은 핵심 광물 자원 통제권도 영원히 넘겨주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침략자인 러시아의 불법 영토 강탈을 국제 사회가 공인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