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이끌던 임시 의장 '유해한 문화' 지적하며 사임…이사회 내홍 일단락
투명성·지배구조 강화 공식 발표…'세계 협력 기반' 신뢰 회복 나선다
투명성·지배구조 강화 공식 발표…'세계 협력 기반' 신뢰 회복 나선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EF는 성명에서 "이사회는 슈바프 전 회장 부부의 혐의를 두고 중대한 부정행위의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인 기여금과 포럼 운영비의 경계가 모호해 '미미한 지출 불규칙성'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포럼 비용으로 처리된 슈밥 부부의 사적 여행 경비가 일부 포함됐지만, 슈밥 측은 해당 비용을 나중에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이사회는 이런 불규칙성에 대해 "위법 의도보다는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내홍은 지난해 4월 내부 고발자가 슈밥 부부의 부적절한 경비 지출과 여성 직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슈밥 전 회장은 즉각 혐의를 부인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한편, 포럼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스위스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조사 결과 발표 뒤 이를 거둬들이기로 했다. WEF 이사회는 독립 법률회사인 스위스 홍버거(Homburger)에 조사를 맡겨 공정성을 확보했다.
◇ '유해한 문화' 지적과 사임…격랑 속 이사회
갈등은 이사회 내부로 확산했다.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렛마테 전 최고경영자는 임시 의장으로서 조사를 이끌었으나, 이사회 회의 직후 사임했다. 그는 WSJ이 공개한 8월 12일 자 사직서에서 수개월간 "유해한 직장 문화"를 직접 봤다며, 분쟁을 풀려면 슈밥과 "원만히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뷰에서는 "나만의 가치관과 올곧음이 있다"며 "다음 단계에서 이사회를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사회 내 심각한 의견 대립을 시사했다.
포럼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 내 직장 문화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고치기 위한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내부 고발은 WSJ이 포럼 내 여성과 흑인 직원을 향한 유해한 문화를 폭로한 지 약 1년 만에 나왔다.
이사회는 오랜 분쟁을 끝내고 조직의 미래에 힘쓰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조사 결과를 두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수십 년간 조직을 일군 슈밥의 공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옹호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 '래리 핑크' 구원 등판…신뢰 회복 나선 WEF
공석이 된 의장직은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와 로슈의 앙드레 호프만 부회장이 임시 공동 의장으로서 이끈다. 이들은 성명에서 "포럼을 새로 만들고 더 튼튼하게 하기를 기대한다"며 "포럼이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WEF는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세우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세계 협력 기반으로서의 신뢰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