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서방의 대이란·대러시아 제재를 피해 은밀히 원유를 들여온 복잡한 수입망이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졌던 중국의 제재 회피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네트워크의 구체적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 스위스·파나마·홍콩 거친 은밀한 구조
FT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봄 스위스 추크에서 이란 국적 남성이 파나마 등록 중개사 ‘오션 글로리’를 내세워 원유 운송 선박에 대한 해상 담보 계약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말레이시아·이라크산 원유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데 이용됐다.
◇ ‘암흑 함대’ 활용한 대규모 환적
선박들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름과 소유주를 바꾸고 선박 대 선박 환적(STS)을 거쳐 원유를 실었다. 특히 2022년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에 나서자 같은 방식이 러시아 우랄산 원유에도 적용됐다. 일부 선박은 스페인 인근 해상에서 석유를 옮겨 실은 뒤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 중국의 반응과 의미
미국은 지난해 12월 오션 글로리를 제재 명단에 올렸고 관련 선박 다수가 이미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 없는 불법 단독 제재에 반대한다”며 “이란과의 정상적 협력은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이란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제재 회피 방식이 러시아·베네수엘라로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기존 보도와 차별성
중국이 제재를 피한 원유를 들여왔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번 FT 보도에서 다른 점은 스위스 변호사·파나마 페이퍼컴퍼니·중국 내 유령회사까지 연결된 정교한 금융·법률적 장치를 추적하며 은밀히 운영돼온 수입망의 구체적 실체를 체계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