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마약 루트 패권 다툼에 살인율 멕시코 2배로 폭증
한때 '남미 안전지대', 이제는 '세계 최악 위험 국가' 오명
한때 '남미 안전지대', 이제는 '세계 최악 위험 국가' 오명

과야킬 항구의 한 갱단 은신처에서 발견된 '산타 무에르테(죽음의 성녀)'와 '헤수스 말베르데' 신상은 멕시코식 폭력 문화가 이식됐음을 상징한다. 올해 1월 급습에 참여한 로베르토 산타마리아 경찰관은 "에콰도르 암살자들이 임무 전 촛불을 켜고 보호를 빌었다"며 "멕시코에서 효과가 있는 모든 것을 이곳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 '황금 루트' 에콰도르, 카르텔의 먹잇감 되다
할리스코 신세대와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유럽(및 호주)으로 이어지는 코카인 수요에 맞춰 40여 개국으로 활동을 넓혔고, 그 영토 전쟁이 에콰도르로 번졌다. 브라질 이가라페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12개 도시 중 5곳이 에콰도르에 있으며, 두란(Durán)이 1위다. 올해(2025년) 상반기 살인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고, 5월은 사상 최다 희생자를 기록했다. 2018년 인구 10만 명당 6명 미만이던 살인율은 올해 약 50명에 근접, 멕시코의 약 두 배다.
◇ 시날로아 vs 할리스코, 에콰도르서 정면충돌
시날로아의 침투는 2003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달러화 경제, 2009년 미군 만타 기지 폐쇄 이후 해안 경비 공백, 사법·정치권 부패가 결합해 에콰도르는 최적의 도피처가 됐다. 파우스토 살리나스 전 에콰도르 경찰청장은 "이 지역의 약점이 에콰도르라는 걸 그들이 알아챘다"고 말했다.
시날로아는 텔모 카스트로 전 육군 장교와 손잡고 군용 차량으로 코카인을 옮겼다. 에디손 워싱턴 프라도는 태평양에 '코카인 슈퍼하이웨이'를 깔았다. 어선으로 위장한 보트가 해상 주유소 역할을 하며 북상 선박에 연료를 보급했다. 일반 조업 2주 수입 100달러에 익숙한 어부들은 한 번 운반에 3만 달러를 받고 뛰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약 6000명의 에콰도르 어부가 마약 운반으로 구금됐다.
프라도는 지역 최대 갱단 초네로스를 경호조직으로 고용했고, 그가 2017년 콜롬비아에서 체포돼 2018년 미국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에는 초네로스가 시날로아의 대리인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교도소를 사실상의 본부로 삼으며 세력을 확장했다.
균열은 2016년 콜롬비아 평화협정 이후 찾아왔다. 할리스코가 울브스(Wolves), 티게로네스(Tiguerones), 초네 킬러스(Chone Killers) 등 초네로스에 반감을 가진 세력을 규합해 '뉴 제너레이션' 연합을 만들면서다. 초네로스 수장 호르헤 루이스 잠브라노는 2020년 6월 출소했지만 같은 해 12월 콜롬비아인 청부업자에게 피살됐다. 후계자 호세 아돌포 마시아스(피토)는 교도소 내에서 제국을 굴렸으나 2024년 탈옥, 2025년 6월 마나비에서 재검거, 7월 미국으로 송환됐다.
폭력은 에콰도르 전역으로 번졌다. 교도소 학살로 수백 명이 숨졌고, 시신이 다리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정부 청사 앞 차량 폭탄, 검사·시장 피살도 이어졌다. 프레디 사르소사 전 수사국장은 "멕시코에서 보던 폭력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남는 건 공포뿐"이라고 말했다.
◇ 흔들리는 통치…'제2의 멕시코' 우려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군을 투입했다. 헌법을 개정해 미국 송환을 가능하게 했고, 미군 기지 재유치 추진과 함께 에릭 프린스(블랙워터 창업자)와 협력해 경찰·군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책은 인권 논란을 불렀다. 2023년 12월 과야킬에서 미성년자 4명이 실종됐다가 소각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군인 16명이 강제실종 혐의로 기소됐다. 노보아는 "관련자는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날로아는 본국 내 분열로 약세이고, 할리스코의 잠식이 빨라진다. 울브스가 에콰도르 최강 갱단으로 떠올랐고, 2023년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대선 후보 피살에 연루된 것으로 에콰도르 검찰과 미 대사관이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피토 송환 이후에도 초네로스의 조직·자금·국제 연결망이 유지되는 만큼, 대리전 구도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고 본다. 일부 지역은 갱단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고 국가 통제력 약화가 심화한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