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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채 금리, ‘고공행진’...물가·재정 우려에 30년물 금리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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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채 금리, ‘고공행진’...물가·재정 우려에 30년물 금리 사상 최고치

경제·정치 불확실성에 해외 자금 이탈도 불씨...'트러스 모멘트' 우려 고조
8월30일 일본 도쿄 신주쿠 지구에서 보행자들이 걷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8월30일 일본 도쿄 신주쿠 지구에서 보행자들이 걷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영국 국채 금리 급등에 이어 일본 국채 금리가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일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286%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 압력과 통화정책 정상화 및 재정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초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을 견인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100bp(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20년물 국채 금리는 2.695%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올해 상승 폭은 80bp에 달했다.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치인 1.633%에 거래되며 연초 대비 50bp 넘게 올랐다. 40년물도 올해 들어 약 90bp 상승해 3.506%에 도달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CNBC는 이 같은 금리 상승이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려 일본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세가 미약한 데다 미국발 관세 역풍까지 겹친 상황에서 차입 비용 증가가 성장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 흐름 및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재정 확장 기대감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슈로더 글로벌 채권운용의 줄리앙 후댕 책임자는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실질금리는 세계 다른 지역과 달리 여전히 크게 마이너스 상태”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 정책금리는 약 -2.6% 수준이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일본은행의 2% 목표치를 3년 연속 상회하고 있다. 이에 중앙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소폭 올리고 국채 매입을 줄이는 등 긴축적 신호를 보내고 있어,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수세도 둔화하는 추세다. 일본증권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 매입액은 4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고, 7월에는 7조6600억 엔으로 4월 대비 6% 줄었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국채를 매도하고 일본 주식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일본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적 요인 역시 재정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이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연립 정부는 타격을 입었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30년물 일본 국채(JGB) 장기 프리미엄이 이미 1~2% 수준의 소비세 인하에 준하는 재정 확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야당의 추가 정책이 도입될 경우, 장기 프리미엄과 금리에 더 큰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전날 “직책에 매달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크레디아그리콜 CIB 일본의 거시 전략가 켄 카츠모토는 총리가 사임할 경우 일본 정치가 다당제 체제로 전환되고, 공격적인 재정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초장기물 일본 국채 급등락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정 완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더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영국의 ‘트러스 모멘트’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도 제기됐다.

2022년 당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원 없는 감세 정책을 시행하며 시장 패닉을 유발했고, 30년물 영국 국채(길트) 금리가 하루 만에 100bp 이상 폭등하면서 영국 중앙은행이 긴급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바클레이스는 현재 일본의 수익률 곡선 장기 구간에서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재정 신뢰성에 가장 민감한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