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난초 재배업자부터 한국 라면 제조사, 인도 새우 양식업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 감소와 고용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만 난초 수출 직격탄
FT에 따르면 대만 남부 허우비 지역에 위치한 대만 난초기술단지에서 재배되는 난초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다. 대만은 지난해 약 2억 달러(약 2700억 원) 규모의 난초를 수출했고,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이 대만산 수입품에 임시 20%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대만난초생산자협회(TOGA)의 증준필 사무총장은 “지난 4월 10% 관세 부과 이후 출하량이 이미 20% 줄었는데 20% 관세가 겹치면서 수익이 사실상 사라졌다”면서 “네덜란드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난초는 재배에서 출하까지 최대 5년이 걸려 피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일본 광학렌즈 산업도 압박
일본 후쿠이현 사바에의 렌즈 제조업체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15% 관세를 부과하면서 향후 판매 가격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미국 소비 여력이 줄면 매출 둔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 틈을 중국 저가 제품이 파고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한국 라면, 수출 호황 뒤 급감
한국의 라면 수출은 지난해 14억 달러(약 1조93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한 1420만 달러(약 195억 원)에 그쳤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직전에 미국 소매업체들이 대량 주문을 넣었다가 이후 발주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주요 라면 수출 기업인 삼양식품은 “관세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미국 주요 유통업체와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양은 지난해 매출 1조7300억 원의 80%를 국외에서 올렸으며 미국 비중은 전체 수출의 28%에 이른다.
◇ 인도 새우 양식업도 ‘붕괴 위기’
인도는 지난해 미국에 25억 달러(약 3조4500억 원) 규모의 새우를 수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로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인도 수산물수출개발청에 따르면 인도 전체 새우 수출의 3분의 2가 미국으로 향했는데 이번 조치로 140만 명에 이르는 양식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에 걸쳐 개척한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라면서 “에콰도르와 인도네시아 등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