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달러환율 비트코인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MS"

미국 뉴욕증시가 오라클 실적발표와 PPI 물가 안정 효과로 뜨겁게 달아오르다가 막판 혼조로 끝났다. 미국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기업 오라클이 '기적 같은' 실적을 기록한 데다 8월 미국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깜짝 하락한 점이 뉴욕증시의 호재였다. 이같은 소식에 국채금리 달러환율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등 가상 암호화폐와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MS 등이 요동쳤다. PPI 안정으로 뉴욕증시에서는 연준 FOMC가 빅컷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증폭하고 있다. 고점 부담 속에 경기 순환주와 우량주는 약세 압력을 받는 중이다.
뉴욕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오라클의 괴물 실적이다. 오라클이 수주 잔고(잔여 이행 의무)가 4천550억달러에 이르며 전년 동기 대비 359% 폭증했다고 발표하자 뉴욕증시가 크게 놀라는 모습이다. 월가는 오라클의 수주 잔고를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치는 그것마저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2분기에 오픈AI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3분기에는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가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구동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2030 회계연도에 클라우드 인프라 수익은 1천440억달러로 회사 측은 예상했는데 이는 2025 회계연도의 103억달러에서 10배 급증한 수치다. 2분기 오라클의 실적 자체는 예상치를 밑돌았으나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가톤급 실적 전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39% 폭등하고 있다. 이미 6천800억달러 규모인 오라클의 시총도 단번에 9천470억달러까지 불어나면서 시총 1조달러를 눈앞에 두게 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 0.3% 상승과 반대 방향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0.3%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PPI는 2.6%, 근원 PPI는 2.8% 각각 올라 모두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생산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둔화했다기보다 일부 생산자가 고율 관세를 흡수하며 마진 하락을 감내한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75bp 인하될 확률은 65.4%로 반영되고 있다. 전날 마감 무렵의 64.6%보다 소폭 올랐다.업종별로는 기술이 2% 넘게 급등하고 있고 유틸리티와 산업, 에너지도 1% 이상 상승 중이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은 오라클 실적에 발맞춰 갈리고 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오라클 실적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7을 발표했음에도 AI 서비스에 대한 실망감이 부각되며 밀리고 있다. 아마존과 메타도 내리는 중이다. AI와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 넘게 급등 중이다. TSMC와 AMD, 마이크론테크놀러지, Arm이 모두 강세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02% 오르고 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0.34% 오르는 반면 독일 DAX 지수는 0.03% 떨어지고 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0.04% 하락 중이다.국제 유가는 1% 가까이 오름세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여파가 유가를 여전히 지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진을 측근으로 채우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 처리했다. 공화당 위원 13명이 전원 찬성하고, 민주당 위원 11명이 전원 반대했다. 인준안은 상원 본회의 표결만 남긴 상태다.
상원이 이르면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처리할 경우 마이런은 오는 16∼17일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이사로 참석할 수도 있다. 마이런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 그가 이사가 되면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정책에 더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에서 제기돼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런 요구를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거듭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자기 지시에 순응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7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생긴 자리에 마이런을 임명하는 한편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고하려 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하고 해임을 통보했으나 전날 법원은 쿡 이사의 해임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사직을 당분간 유지하도록 했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사유로 밝힌 사기 혐의가 쿡 이사가 연준 이사를 맡기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에게 해임 사유를 판단할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며 맞서고 있어 앞으로 본소송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쿡 이사가 당분간 이사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쿡 이사도 이번 FOMC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날 항소했다.미국 노동부는 8월 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0.3% 상승을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을 크게 밑돈다. 전월 대비 하락을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0.2% 하락한 것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받는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거래(Trade) 서비스가 1.7% 하락한 게 큰 요인이었다. 또한 기계 및 차량 거래 서비스의 도매 마진이 3.9% 감소한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무역·운송·창고업을 제외한 최종수요 서비스 지수와 운송·창고업 최종수요 서비스 지수는 각각 0.3%와 0.9% 상승했다.
최종 수요 상품 가격은 전월 대비 0.1% 상승하면서 서비스 분야의 가격 하락 효과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최종 수요 상품 가격이 0.3% 상승했으며, 식품은 0.1% 올랐고, 에너지는 0.4% 내렸다. 담배 제품(2.3%)을 비롯해 소고기, 닭고기, 인쇄회로 조립품·보드·모듈과 전력 가격은 상승했다. 천연가스 가격(-1.8%)을 비롯해 신선·건조 채소, 계란 가격은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6%로 역시 전문가 전망치(3.3%)를 하회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망치(0.3%)와 부합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상승했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기준금리 조정에 소극적이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17일 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게 됐다. 생산자물가지수 하락뿐 아니라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에서 "인플레이션은 없다"며 "'너무 늦은 이'(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의미)는 당장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러-원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상승 폭을 축소하며 1,388원대에 마감했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 밖 하락한 것으로 나오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 약세-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0.60원 오른 1,3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