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열흘 만의 '쇠사슬 연행'…'동맹 모욕' 비판 고조
'묵인'하던 단기비자 근로에 칼 뺀 미국…한국 기업 인력운용 '빨간불'
'묵인'하던 단기비자 근로에 칼 뺀 미국…한국 기업 인력운용 '빨간불'

AP통신에 따르면 외교부는 11일 이같이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송환 절차나 지연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앞서 노동자들을 태우러 10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B747-8i 전세기는 당일 귀국 편 운항이 전격 취소됐다. 제니퍼 월터스 공항 대변인이 "항공편이 취소됐고 다시 잡힌 일정도 없다"고 밝히면서 구금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하며 시작됐다. ICE는 이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노동자 475명을 연행해 조지아주 남동부 포크스턴의 민영 이민 구금시설에 수용했다. 특히 일부 노동자들의 손과 발목, 허리에 쇠사슬을 채운 영상이 알려지면서 동맹국인 한국에서는 거센 비판과 함께 깊은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쇠사슬 연행' 충격에 외교 채널 총가동
사태가 악화되자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급파하는 한편,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체포 영상 때문에 한국 국민이 큰 고통과 충격을 받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붙잡힌 노동자들이 수갑 없이 조속히 출국하고, 앞으로 미국에 다시 들어올 때 불이익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이는 '강제 추방'으로 처리되면 최대 10년간 미국 재입국이 금지될 수 있어 '자발적 출국' 형식을 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의 하나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산업계로 즉각 번졌다. 붙잡힌 노동자 대부분을 고용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B-1, B-2 단기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머물던 직원들에게 업무 중단과 즉시 귀국을 지시했다. 이번에 단속된 공장은 20여 개에 이르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사업 중 하나로, 다른 기업들 역시 인력 운용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투자 환영, 인력은 불법'…해묵은 비자 문제 수면 위로
미국 당국은 연행된 노동자 일부가 비자가 만료됐거나 취업이 금지된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하는 등 불법으로 머물렀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들은 불법으로 이곳에 있었다"면서 "미국인들이 배터리·컴퓨터 제조 같은 전문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자 측을 대리하는 찰스 쿡 변호사는 "공장에 설치하는 기계는 미국에서 만들지 않아 해외 전문가 투입이 꼭 필요하며, 관련 기술을 미국인이 배우려면 3년에서 5년이 걸린다"고 반박했다.
이번 단속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열흘 만에, 한국이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직후에 벌어져 한미동맹 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렀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재발을 막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조 장관이 제안한 '한·미 공동 실무그룹'을 통해 앞으로 '한국인 숙련 근로자 특별비자 쿼터'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