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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챗봇이 바꾸는 인터넷…‘인류 이해력’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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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챗봇이 바꾸는 인터넷…‘인류 이해력’ 시험대 올랐다



미국 스타트업 루카가 개발한 AI 챗봇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의 아바타를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꾸미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스타트업 루카가 개발한 AI 챗봇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의 아바타를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꾸미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챗봇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터넷의 신뢰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각) 낸 ‘챗봇이 인터넷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획보도에서 AI의 급성장이 온라인 세계와 민주사회에 어떤 도전을 던지는지 조명했다.
◇편리함과 위험, 동시에 확산

FT에 따르면 챗봇은 고객 상담, 이메일 작성, 학습 지원, 다국어 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수억 명이 활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오픈AI의 챗GPT는 출시 3년 만에 주간 이용자 7억명을 넘어서며 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디지털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머지않아 매일 수십억 명이 챗GPT와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저명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AI를 ‘외계 지능’에 비유하며 “인류의 지식 기반 자체가 조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철학자 대니얼 데닛 역시 “가짜 사람을 만드는 것은 인류 자유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짜 사람과 ‘부주의한 말하기’

보안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이 AI 음성 복제와 가짜 아바타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산드라 왁터 교수는 “챗봇은 본질적으로 설득적이지만 사실을 구분할 능력이 없어 위험하다”며 “AI 기업은 의사·광고인처럼 ‘진실을 말할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생성형 AI가 ‘그럴듯하지만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특성 때문에 과학·교육·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 검찰총장들이 AI 기업에 아동 보호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등 규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문해력 요구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위키피디아가 새로운 문해력을 필요로 했듯이 AI 시대에도 새로운 문해력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에스토니아는 올 가을 학기부터 고교생 2만 명에게 오픈AI와 앤트로픽의 AI 도구를 무료로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AI 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FT는 “AI는 인간을 돕는 도구로 남을 수도, 대안적 지능으로 부상해 인간 사고와 행동을 재편할 수도 있다”며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대화 상대가 ‘봇(bot)’임을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